영성

[펀펀 사회교리] (32) 최저임금과 교회 가르침 ③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
입력일 2017-08-08 수정일 2017-08-09 발행일 2017-08-13 제 3057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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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국민의 것, 사회적 책임 다해야

베드로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들으며 백 신부가 말을 이어간다.


“베드로씨 말이 많은 부분 맞습니다. 국내 회사들이 가진 사내유보금에 대하여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장부상에 문제가 없고, 이론적으로 아무리 맞는 말일지라도 실제 적용에는 다를 수 있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사내유보금 문제도 그중에 하나라고 보입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어떤 나라 기업이든지 비상사태를 대비해 유보금을 쌓아 둡니다. 특히 요즘 같이 전 세계가 불황일 때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가진 제대로 된 기업이라면 무조건 쌓아 두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애플 등의 기업을 보면 배당에는 매우 인색하지만 오히려 투자를 많이 함으로써 기업성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들은 자기 기업의 사업에 투자하기보다 몸집 불리기 등에 더 많이 투자합니다. 잘못된 투자죠. 또 기업 배당률이 너무 낮습니다. 그러니 주식을 투자가 아닌 도박처럼 투기로 하게 됩니다. 그리고 고용창출을 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새 정부 들어서 기업들이 고용창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대기업들이 골목상권을 침범하는 나쁜 고용창출은 없어져야 합니다. 요약하자면 베드로씨 말대로, 사내유보금이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이 사내유보금으로 어떤 투자를 하는지, 배당을 제대로 주는지, 사회에 얼마나 기여하고 고용창출을 하는지에 대해서 알고 나면 옹호하지만은 못할 것입니다.”


백 신부의 강한 반격에 베드로가 할 말을 잊은 듯 머뭇거리다 말한다.


“하지만 신부님, 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이고 기업 활동이 자선 사업은 아니지 않습니까? 요즘 같은 세계적 불황에 아차하면 밀려나는 기업 환경 속에서 대기업일수록 우선 살아남고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뭐, 베드로씨 말이 영 틀린 건 아닙니다. 요즘 기업하기 참 힘들겠죠. 하지만 기업에는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기억하시죠? 지난 IMF체제 때에 정부에서 파산 직전인 기업들을 170조 이상의 세금을 투자해서 살렸던 일말입니다. 기업은 단순히 개인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회와 국가 전체, 국민들이 먹고 사는 기반이기 때문에 국민 혈세를 부어서라도 살려야 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기업들도 기업이 개인의 소유가 아닌 국민 전체의 것이라는 생각으로 경영하고 사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리고 천주교 신자라면 내 주머니에 들어있는 재물이나, 내 능력조차도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감사하며 살아야 합니다. 어쨌든 대기업이 최저임금 상승 때문에 힘들다는 것은 엄살로밖에 보이지 않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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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