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
입력일 2017-08-08 수정일 2017-08-08 발행일 2017-08-13 제 3057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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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9주일 (마태 14,22-33)

오므리의 아들 아합은 예로보암의 죄를 따라 하느님의 형상을 만들어 세워 놓은 단과 베텔에서 제사를 드렸을 뿐만 아니라, 시돈 임금의 딸 이제벨을 아내로 맞아 바알에게 예배를 드리기까지 합니다. 그는 아세라 목상을 만들고, 그보다 더한 짓을 함으로써 그 이전의 그 어떤 임금보다도 하느님의 분노를 돋우었습니다.(1열왕 17,29-34) 또한 이제벨은 주님의 예언자들을 학살하기까지 하였습니다.(1열왕 18,4)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엘리야 예언자는 하느님께서 분노하시어 이스라엘에 가뭄을 내리실 것이라고 예언하는데, 그의 예언에 따라 이스라엘에는 삼 년 동안 이슬도 비 한 방울도 내리지 않게 됩니다.

삼 년이 지난 뒤 엘리야는 아합을 찾아갑니다. 그러자 아합은 엘리야를 보자마자 대뜸 엘리야 때문에 이스라엘에 이러한 불행이 왔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엘리야는 이 모든 일이 아합 임금 때문에 벌어진 일임을 분명히 밝힙니다.(1열왕 18,16-19) 그리고는 카르멜 산에서 바알과 하느님 가운데 누가 진정한 주님인지 가리자고 말합니다. 결국, 주님의 불길이 바알의 예언자들을 모두 삼켜 버리며 하느님이야말로 진정 주님이심이 드러나고, 이스라엘에는 전과 같이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이제벨이 엘리야를 죽이려 하자 엘리야는 두려워하며 그곳을 떠나 브에르 세바로 도망가서 주님께 자신의 목숨을 거두어 달라고 청합니다.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당신 천사를 보내시어 엘리야를 다독이시며 그를 당신의 산 호렙, 곧 시나이산으로 이끌어 들이십니다. 오늘 제1독서는 이런 상황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엘리야 이야기입니다.

엘리야는 자신이 왜 이렇게 죽음까지 맞아야 하는지 하느님께 따져 묻습니다. 하느님의 예언자로 일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야 하는데 혼자 남아 목숨마저 위태로워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합니다. 이런 엘리야에게 하느님께서는 당신 모습을 드러내시는데, 크고 강력한 바람의 모습도, 지진의 모습도, 불같은 모습이 아니라, 조용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그에게 나타나시어 엘리야를 위로해 주십니다. 그러면서 하느님께서는 당신이 엘리야를 위해 직접 나서시어, 모든 일을 제자리로 되돌려 주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1열왕 19,18)

이처럼 주님께서는 당신 일을 하는 이들을 그냥 내버려 두는 분이 아니십니다. 하지만 우리는 주님께서 항상 우리 곁에 계시며 우리를 돌보시고 계시다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곤 합니다. 오늘 복음 환호송의 외침처럼 “나 주님께 바라네. 주님 말씀에 희망을 두네.”(시편 130,5)라고 노래하며 주님께 모든 것을 맡겼다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면서도, 종종 주님의 현존을 의심하곤 합니다. 이는 오늘 복음의 제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자들은 배를 저어가다가 맞바람이 불어 파도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제자들을 보시고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다가가시자 그들은 오히려 혼비백산합니다. 제자들은 유령인 줄로 걱정하며 예수님을 의심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고 권고하십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또다시 의심하다가 물에 빠집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주님께서는 조용히 배 위에 오르시면서 풍랑을 멈추어 주십니다.

우리는 엘리야나 제자들처럼 어려움에 봉착할 때마다 두려움에 떨며 주님을 의심합니다. 이런 우리들에게 하느님께서는 커다란 바람도, 커다란 불도, 커다란 힘도 아니라, 정말 실바람 같은 잔잔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다가오셔서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고 말씀해 주십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언제나 조용히 다가오시어 우리 곁에 머물면서 힘과 용기를 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리며, 오늘도 용기를 내어 살아갑시다. 그리고 이번 주간 맞이하는 성모 승천 대축일을 지내며 용기를 잃지 않고 주님과 함께 사셨던 성모님을 본받는 참된 성모님의 자녀들이 되도록 합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