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 짓는 데 사용하던 나무는 무엇이었을까? 한·중·일 신구약 성경 42종 일일이 분석 등장 식물 100여 종 일목요연하게 정리 정확한 명칭과 상징적 의미·쓰임새 담아
성경을 조금이라도 읽어본 이들은 하나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라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기원전 2000년 무렵부터 시작되는 구약성경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생애, 수난, 부활의 거룩한 역사가 다양한 언어로 쓰인 여러 책을 모은 성경은 오늘날 우리가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닐 것이다. 성경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들여다보라고 권유한다. 또 그냥 읽기보다는 성경이 쓰인 당시를 떠올리며 성경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풍속, 기후 등 그 배경을 고려할 때 성경을 더 잘 이해하고 성경의 참맛을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문화영성학과 김영숙씨(클라라·63·대구 범어본당)는 최근 박사논문 「성경의 식물 명칭에 대한 연구–성경번역과 주석을 위한 성서신학적 가치와 전망」을 발표했다. 김씨는 성경 속에 등장하는 식물들을 한글과 중국어, 일본어 신·구약 성경 42종을 살펴보며 식물 명칭을 분석했다. 또 성경에서의 표현과 식물 특성, 번역상의 문제 등 100여 종의 성경 속 식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논문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성경 속 식물 명칭이, 실제로는 중국이나 일본의 것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틀리게 번역됐거나 상징적인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게 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의 성경 번역 작업에도 이 논문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논문 내용 중 눈길을 끄는 사례를 소개한다. ■ ‘종려나무’와 ‘대추야자나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시던 날 군중들이 ‘종려나무 가지’를 흔들며 예수님을 맞았다고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이튿날, 축제를 지내러 온 많은 군중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오신다는 말을 듣고서,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그분을 맞으러 나가 이렇게 외쳤다. “‘호산나!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분은 복되시어라.’ 이스라엘의 임금님은 복되시어라.”(요한 12,12-13) ‘종려나무 가지’는 요한복음에서만 언급된다. 다른 복음서에서는 ‘잎이 많은 나뭇가지’, 그냥 ‘나뭇가지’로 쓰이거나 루카복음에서는 생략되어 있다. 요한복음에서 나오는 ‘종려나무’는 중국 자국에서 자라는 ‘당종려’ 나무 이름을 따와 중국어로 번역된 것으로, 우리보다 일찍 신앙을 받아들인 중국의 성경을 따라 우리말 성경에 옮긴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성경의 경우 대추야자나무를 뜻하는 나츠메야시(なつめやし)로만 번역하고 있다. 2005년 발행된 「성경」에서는 야자나무가 38회, 종려나무는 5회, 대추야자로 표기된 것이 3회로 혼용되고 있다. 하지만 종려나무와 대추야자나무는 열매와 잎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에 고쳐 써야 바람직하다. 또 가장 많이 표기된 야자나무의 경우는 종의 수만도 2600여 종에 달하기에 ‘대추야자나무’로 통일해서 번역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도금양’과 ‘미르투스’
미르투스(Myrtus communis)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유다, 그리스, 고대 로마, 중세 스페인에 이르기까지 사랑과 부활을 상징하는 중요한 수목이었다. 성경에서 미르투스는 초막절에 초막을 만드는 데 사용되거나, 여러 가지 의식을 행할 때 사용되던 중요한 나무다. 미르투스는 이스라엘 백성을 상징하는 나무이고, 평화와 감사의 상징이기도 하다. 또한 불멸성과 부활을 상징하는 나무로 나타난다. 미르투스는 동아시아에서는 자라지 않는 식물이기에 화석류 나무, 은매화, 소귀나무, 도금양 등 아주 다양한 이름으로 번역되고 있다. 한중일 성경에서도 천리향, 감탕나무, 석류나무, 도금양나무 등으로 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미르투스를 ‘桃金孃(도금양)’이라고 쓰고 읽을 때에는 ‘텐닌쿠와(てんにんくわ, 天人花)’로 읽었다. 1949년 우리나라에 「영한사전」이 출간되면서 일본서적을 여과 없이 그대로 인용하면서 아직까지 미르투스를 도금양으로 쓰고 있는 것이다. 미르투스를 한글로 번역하면 가장 가까운 수목인 ‘서향’으로 쓸 수도 있겠지만, 미르투스가 가지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전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학명인 미르투스(Myrtus)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박원희 기자 petersco@catimes.krrn사진 김영숙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