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신(新)남북협력시대와 우니타스 / 윤완준

윤완준(테오도로)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
입력일 2017-08-08 수정일 2017-08-08 발행일 2017-08-13 제 3057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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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新)남북협력시대를 열자’ 정치부 외교안보팀 소속 기자이던 필자가 2016년 신년특집기획으로 야심 차게 준비한 3회 시리즈였다. ‘평화의 축’과 ‘남북이 윈윈하는 교류협력의 축’이 발맞춰 속도를 내면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두 축이 조화를 이뤄 핵문제 해결과 교류협력 진전을 병행하면 남북이 ‘통일을 지향하는 이웃’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것이 필자 생각의 핵심이었다. 필자의 기획취지를 받아준 데스크 덕분에 1월 1일 ‘남북, 통일을 향한 이웃으로’ 타이틀을 달고 1회가 나갔다.

2회 ‘안심하고 왕래하는 신(新)남북교류로’, 3회 ‘무력충돌 없는 신(新)남북관계로’가 가제였다. 웬일인가. 1월 7일자로 게재하려던 2회가 6일에 일어난 어떤 사건 때문에 잠정 연기됐다. 몇 번 기회를 모색했지만 결국 2, 3회 모두 빛을 보지 못했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이었을까.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이 발단이었다.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선 기획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내보내기 어려웠다.

기회를 기다렸다. 하지만 2월에는 남북 호혜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마저 문을 닫는 가슴 아픈 일까지 발생했다. 남북이 화해 협력으로 가는 길이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1회 기사를 잠깐 소개할까 한다. 개발도상국에 공적개발원조(ODA)를 제공하는 방식을 벤치마킹 하는 것이다. 남북개발협력기구를 만들어 북한과 개발협력을 추진하면 어떨까. ODA는 국제사회 제재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공장을 만들 수 있다. 농촌을 개발하고 기술교육을 해줄 수도 있다. 필자는 이런 호혜적 협력이 남북관계의 새 틀을 설계할 수 있다고 믿는다. 2, 3회 원고는 아직 필자 노트북 컴퓨터에 남아 있다. 그 기사가 다시 빛을 보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실은 6일 그 일로 세상에 내놓지 못한 기사가 또 하나 있다. 6일 오전 그 시간 서울대교구청 별관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사무실에서 위원장인 정세덕 신부를 인터뷰하고 있었다.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의 강력한 의지로 설립된 대북 개발협력 기관인 ‘우니타스’ 얘기를 비롯해 남북협력에 대한 진솔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애꿎게도 남북 간 긴장이 정 신부 인터뷰 기사 역시 무기한 연기하게 만들었다. 정 신부는 당시 우니타스의 소망을 이렇게 소개했다. “핵문제 때문에 좌절감을 느끼지만 일희일비하지 말고 북한에서 살아가고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 주목해야 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언젠가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죠.” “그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갈 힘을 지금부터 갖출 수 있도록 마음으로 함께하는 일은 당연한 책무입니다.” 아, 우니타스는 어떤 의미인가. 라틴어로 ‘하나됨’ ‘일치’라는 의미다. 북한 주민들과 우리는 운명적으로 떨어질 수 없다는 마음이 담긴 것이다.

윤완준(테오도로)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