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비정규노동자들 쉼터 ‘꿀잠’ 개소

입력일 2017-08-08 수정일 2017-08-08 발행일 2017-08-13 제 305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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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불안과 저임금으로 시달리는 우리 사회 ‘비정규노동자’들은 기댈 곳이 없다. 부당하게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고, 목숨을 걸고 탑 위로 올라가고, 생존을 위해 맨몸으로 복직운동을 벌이는 과정은 눈물겹다. 대로변에 텐트를 치고 ‘쪽잠’을 청해보지만 일자리를 잃어 가족 생계조차 챙길 수 없다는 사실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사회 약자인 비정규노동자들이 제대로 잠이라도 잘 수 있도록, 비합리적인 노동 구조가 개편되는 날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하는 일. 인도적인 차원에서 한국교회가 당연히 나서야 할 과제다. 이를 상징하는 국내 첫 비정규노동자 쉼터 ‘꿀잠’이 8월 19일 서울에서 개소한다. 교회를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가 힘을 모았다.

쉼터 대표 조현철 신부는 일터를 잃고 거리로 나서는 사람들에게 쉴 곳을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전한다. 그들에게 쉼터는 절박하고 아픈 마음을 하느님 사랑으로 치유받는 공간인 것이다.

지난해 비정규노동자 수는 무려 644만 여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노동자 10명 중 3명은 비정규직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경제 위기로 직장에서 밀려난 정규직 직원들의 공백은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기업 이윤 추구를 위해 ‘싼 값’에 노동력을 이용해야 한다는 경제 논리에서였다.

비정규노동자들의 불안한 고용 형태는 결국 가정이 깨지고 사회 기반이 흔들리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쉼터 ‘꿀잠’에서 잠을 청할 비정규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꿈꾼다. 단순히 비정규직이 없어지는 것만이 아니라, 이 땅에 그 어떤 누구도 차별받거나 서러움 당하는 사람이 없기를 원하는 것이다. 사회 약자들의 고통을 어루만졌던 그리스도 사랑이 쉼터 개소를 시작으로 더욱 널리 세상에 퍼져나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