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권성일 미카엘 (상)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7-08-01 수정일 2017-08-02 발행일 2017-08-06 제 3056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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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을 통해 얻은 체험들 곡으로 표현  

■ 너 나를 사랑하느냐

“너 나를 진정 사랑하느냐 내게 고백할 수 있느냐”

사랑하면 닮게 된다. 늘 상대방을 생각하고 관심을 가지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주님을 진정 사랑한다면 그것은 주님을 닮아가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그분의 삶을 따라 살아가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너 나를 사랑하느냐’는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이 걸어야 할 길을 노래한다.

“요한복음 21장을 묵상할 때였어요. 부활하신 주님께서 베드로 사도에게 ‘너 나를 사랑하느냐?’고 질문하시는 내용이었죠. 그 말씀을 묵상하던 중 신비한 체험을 했었어요. 마치 제가 그 장소에 있는 듯 했죠. 바위 뒤에 제 몸을 숨기고 주님과 베드로 사도의 대화를 엿들었어요. 그때 들은 대화를 바탕으로 쓴 곡이 ‘너 나를 사랑하느냐’입니다.”

성경 말씀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왜 그런 순간이 찾아왔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은총의 순간이라는 것은 안다.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이후로는 그런 체험을 할 수 없었거든요. 그렇기에 ‘너 나를 사랑하느냐’는 주님께서 주신 선물이라 생각해요.”

부끄럽지만 우리는 죄를 짓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죄는 주님과의 관계를 멀어지게 만든다. 아담이 그랬던 것처럼 부끄러워 주님 앞에서 몸을 숨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사랑 앞에서 죄인인 ‘나’는 희망을 품게 된다.

“때로는 제 삶이 부끄러워요. 바르게 살지 못한다는 생각에서죠. 저는 늘 주님 앞에 죄인이라는 마음으로 살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죄인을 사랑하신다는 믿음이에요. 제가 죄인이기 때문에 주님께서 저를 더 사랑하시는 것 아닐까 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것이 믿음이겠죠.”

■ 십자가

“이제는 나를 잊고 당신 앞에 나섭니다”

주님께서는 십자가에서 인간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보여주셨다. 헐벗은 모습으로 손과 발에 못 박히시고 머리에는 가시관을 쓰신 초라하고 나약한 모습으로 인간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시는 것이다.

“어느 작은 성당에 우연히 들어간 적이 있어요. 그냥 구경하겠다는 마음이었죠. 기도하고 가자는 생각으로 자리에 앉았는데 십자고상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리고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는 말씀이 떠올랐죠. 그때의 감정과 묵상, 기도를 곡에 담았어요. 그 곡이 ‘십자가’입니다.

우리가 십자가를 바라다보면 피투성이로 처참하게 죽어가는 주님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십자가 위에서 주님은 무엇을 바라보셨을까?

“십자가에 계신 주님은 방관자들, 모욕하는 사람들, 안타까움에 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동시에 보셨을 거예요. 그렇다면 주님께서 보실 때 과연 저는 어디에 서 있을까요?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제 모습을 돌아보고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신동헌 기자 david983@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