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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천국에 들어가는 유일한 길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
입력일 2017-08-01 수정일 2017-08-01 발행일 2017-08-06 제 3056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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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마태 17,1-9)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야고보, 요한만 데리고 높은 산에 오르십니다. 그리고 제자들 앞에서 모습이 변하시는데, 얼굴은 해처럼 빛나고 옷은 빛처럼 하얘집니다. 그때 구약의 율법을 대표하는 모세와 예언자들을 대표하는 엘리야가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렇게 보니 거룩한 변모 사건은 구약 전체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예수님을 맞이하고, 그분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장면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베드로는 자신이 바라는 것 한 가지를 청합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면”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께,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베드로의 말에 예수님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베드로가 말도 채 끝내기 전에 구름이 그들을 덮은 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이 소리는 하느님 아버지가 하신 말씀입니다. 왜냐하면 구약성경에서 구름이 산을 덮는 것은 하느님의 현현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탈출 13,21 참조)

이 말씀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실 때 이미 계시된 바 있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서 하느님께서는 한 가지 말씀을 더 첨가하십니다.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태 17,5) 이 말씀은 신명 18,15에서 모세가 전해준 말을 떠올려 줍니다.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 동족 가운데에서 나와 같은 예언자를 일으켜 주실 것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 사실, 마태오는 복음서 시작부터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뜻을 알려주시는 분이기에, 그분의 말씀을 듣고 실천해야 한다고 가르쳐 왔습니다.(마태 6,24) 하지만 마태오 복음서에서 예수님은 단지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모세와 같은 예언자”가 아니라, 하느님의 아들이십니다.(마태 17,5) 실제 시나이 산 위에서 하느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모세와 엘리야가(탈출 34,1-28; 1열왕 19,1-18 참조) 타보르 산 위에서는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면, 예수님은 새로운 모세가 아니라, 하느님의 자리에 서 계신 분이 분명합니다.

이렇게 엄청난 장면 앞에서 제자들은 너무 놀라 땅에 엎드린 채 두려워합니다. 그 때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원하시는 바”를 전해 줍니다.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마라.”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예수님의 이 말씀 속에서 우리는 제1독서의 다니엘 예언서를 떠올리게 됩니다. 다니엘은 사람의 아들 같은 이가 오면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다니 7,13-14) 그런데 지금 예수님께서 당신이 바로 다니엘이 이야기하던 그 사람의 아들이라고 선언하십니다. 당신이 바로 이스라엘이 그토록 기다려왔던 임금 메시아이심을 선포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당신이 십자가 위에서 죽고 부활할 때까지는 아무에게도 이 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십니다. 여기서 예수님께서 베드로의 청에 대해 아무 대꾸도 하지 않으셨음을 발견합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이 마지막 말씀이 베드로의 청에 대한 답변인 듯합니다. 사람의 아들은 온 세상의 임금이지만, 그것은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비로소 온전히 드러날 것이니, 영광스러운 이 모습만 보고 너무 호들갑을 떨면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베드로는 자신이 이 모든 것을 직접 체험했다고 증언합니다. 이 모든 것은 교묘하게 꾸며 낸 신화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목격한 바라는 것입니다. 베드로는 이 점을 자신의 목숨을 걸고 증언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도 자신의 증언을 듣고 예언자들의 말씀에 귀 기울이라고 권고합니다. 자신이 증언하는 바를 받아들여 예수님이야말로 사람의 아들, 곧 만군의 임금 메시아이시며,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믿고 그분의 말씀을 듣는 삶을 살라고 초대합니다. 오늘 베드로의 증언과 권고를 들으면서 다시 한 번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것만이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유일한 길임을 가슴 깊이 되새기게 됩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