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하늘 땅 물 그리고 벗] 서울 광화문광장서 1인 시위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7-08-01 수정일 2017-08-01 발행일 2017-08-06 제 3056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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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은 원형 그대로 보전해야 합니다”
문화재위·환경 단체 등의 꾸준한 반대에도 
양양군, 경제 활성화 이유로 케이블카 설치 추진
“개발논리 앞세운 파괴에서 설악산 지켜야 ”

녹색연합 박그림(아우구스티노) 대표가 7월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뙤약볕이 따갑게 내리쬐던 7월 27일 정오 무렵 서울 광화문광장 한복판에 녹색연합 박그림(아우구스티노·69) 공동대표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 반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설악산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 공동대표도 맡아 고군분투하고 있는 박 대표는 “대한민국 정부에 환경철학이 없다”고 일갈했다. 이명박 정권 말기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가 가능하도록 법령 개정이 이뤄지면서 강원도와 양양군은 관광객 편의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논리로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아예 설악산에 거처를 마련하고 상주 투쟁을 벌이는 것은 물론 강원도청과 양양군청, 광화문광장과 정부서울청사를 오가며 설악산 생태환경을 보전하겠다는 일념으로 처절하리 만큼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국립공원 면적은 전 국토의 3.9%에 불과해 철저히 환경보전이 이뤄져야만 한다”며 “설악산은 국립공원 중에서도 그동안 엄격한 기준으로 개발이 제한돼 온 점을 고려하면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자마자 전국 모든 국립공원에 케이블카가 봇물 터지듯 설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개발논리를 앞세운 이명박 정권 때 시작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움직임이 문재인 정권에서도 계속되는 것은 환경에 대한 인식과 철학의 부재를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권이 여러 방면에서 진보적이고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환경정책 분야에서는 이렇다 할 비전을 제시한 적이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박 대표는 2012년 10월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환경소위원회로부터 가톨릭환경상을 받았다. 당시에도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반대에 앞장섰다는 것이 수상 이유였다. 그는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가 지금까지 해결 안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환경과 생태계는 한 번 무너지면 원형대로 회복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설악산 케이블카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표는 7월 27일 광화문광장 1인 시위에서도 그의 상징이 된 ‘녹색치마’를 입고 나왔다. 녹색치마를 입는 이유를 묻자 “녹색치마는 평화와 사랑, 생명의 상징이면서 설악산을 지켜야 한다는 각오가 약해질 때마다 녹색치마를 보고 마음을 다잡곤 한다”고 답했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논란은 2016년 12월 문화재위원회가 강원도 양양군의 설악산천연보호구역 현상변경허가 신청을 부결시키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양양군이 제기한 행정심판을 담당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 6월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는 불가하다는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은 잘못됐다”고 판단(재결)하면서 논란은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박 대표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결정은 문화재보호법 원칙 위배, 문화재위원회 독립성 침해, 행정심판제도의 가치 실추, 국립공원 난개발을 야기하는 매우 부당한 처분”이라며 “공정함과 전문성을 갖춘 문화재위원회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을 문화재보호법상 관점에서 재심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 최고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문화재위원회는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문제에 대해 이미 35년 전인 1982년에도 두 차례나 설치안을 부결시켰고, 이번에 세 번째 똑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천연보호구역 지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기존 입장을 일관되게 재확인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설악산은 동물 발자국 하나까지도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 곳”이라며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설악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후손들에게 다시 물려주는 데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끝까지 연대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논란 주요 일지

▲ 1982년: 강원도와 건설부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설악산 천연보호구역 현상변경허가 신청. 문화재위원회에서 두 차례 부결됨

▲ 2012년 6월 26일: 강원도와 양양군 케이블카 시범사업안 환경부에 제출했지만 1차 부결됨

▲ 2013년 9월 25일: 강원도와 양양군 케이블카 시범사업안 환경부에 재차 제출했지만 부결됨

▲ 2013년 9월 30일: 강원도와 양양군 케이블카 재추진 결정

▲ 2014년 8월 12일: 대통령 주재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케이블카 설치 적극 지원방안 논의

▲ 2015년 8월 28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제113차 회의에서 양양군이 신청한 케이블카 시범사업안을 심의·의결함

▲ 2016년 12월 28일: 문화재위원회 양양군의 설악산천연보호구역 현상변경허가 신청 부결시킴

▲ 2017년 6월 15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양양군이 제기한 행정심판에서

“설악산에 케이블카 설치 불허한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은 잘못됐다”고 판단(재결)

▲ 2017년 6월 16~19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재결에 반발해 문화재위원회 위원들 사퇴

▲ 2017년 7월 26일: ‘설악산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 등 기자회견 열어 문화재위원회의 공정하고 전문성 갖춘 재심사 촉구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