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탈핵, 공동선을 첫머리에 둔 결정을

입력일 2017-08-01 수정일 2017-08-01 발행일 2017-08-06 제 3056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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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성명을 보고

7월 24일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논의하게 될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탈핵을 둘러싼 논란이 없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핵을 둘러싼 문제에 대한 교회 가르침은 명확하다. 주님의 창조질서 보전 차원에서 핵발전이 인류뿐 아니라 생태계 전체에 지속가능하지 않은 삶의 양식이라는 것이다. 이러함에도 그 탄생 때부터 핵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그리스도인들의 무관심 내지 암묵적 동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는 이미 핵으로 인해 몇 차례 회복불가능한 대재앙을 경험한 바 있다. 1986년 4월 26일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사고’부터, 2011년 3월 11일 일본에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의 기억은 지금도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이 같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인류는 핵발전이 결코 값싸고 깨끗한 에너지 생산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데도 현 정부가 탈핵으로 에너지정책의 방향을 잡아가자 일각에서는 “세계 원전 확대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확대·왜곡된 표현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세계 31개국에서 총 446기 원전을 가동하고 있다. 1997년 이후부터 410~450기 사이를 유지하며 거의 변동이 없는 것이다.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가 8월 1일 낸 신고리 핵발전소 공사 중단 공론화에 대한 성명에서 지적한 대로 ‘소수 전문가 집단의 판단과 결정’에 의존하며 왜곡된 정보만 받아들인 탓이다.

‘국책 사업’이라는 미명 아래 진행되는 정부 시책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때 그 결과는 우리 세대뿐 아니라 미래 세대에도 재앙이 될 수 있다.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좌우할 일일수록 모두의 공동선을 잣대로 삼아 그리스도적 가치에 따라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깨어있는 자세가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