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주님께서는 여러분을 부르십니다! (2) / 노성호 신부

노성호 신부(용인대리구 양평본당 주임)
입력일 2017-07-25 수정일 2017-07-25 발행일 2017-07-30 제 3055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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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예수님께 더욱더 의탁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이 차디찬 어둠 속에 부디 따스한 빛을 내려주시길, 제가 기댈 곳은 여기 당신뿐이니 제발 손 내밀어 저를 잡아주시고 일으켜 주시길,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마음이 편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느덧 어둠이 걷히고 두려움이 사라지면서 주님께서 주시는 참 평화가 제 자신을 온통 휘감고 있다는 충만한 기쁨 중에 머물 수 있게 됐습니다.

아마 아이라서 말을 못한다고 걱정하며 두려워했던 예레미야도 “그들 앞에서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너를 구해 주리라”(예레 1,8)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큰 용기와 힘을 얻었을 것입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렇게 하느님의 충실하고 영광스런 예언자로서 한생을 살 수 있었던 것이겠지요.

주님께서는 진정 우리를 귀하게 여기십니다.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위, 그리고 모든 시간 속에 우리와 함께하시면서 절대로 우리를 홀로 아무렇게나 내버려 두시는 분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세상과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를 귀히 여기시는 주님의 마음을 모르고 살아가는 나의 무지함일 것입니다.

저는 예비신학생 시절에도 주님께서 저를 참으로 귀히 여기고 계시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 바로 옆에 성당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것은 이미 충분했지요.

매일 방과 후 성체조배를 하러 성당에 갈 수 있었던 것은 참으로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그 설렘 속에서 저는 스스로를 매우 특별한 존재로 여길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매일 저녁마다 은총과 축복의 시간이 저에게 찾아왔던 것입니다. 그때 성체조배를 하러 학교와 성당을 오가며 받았던 주님의 따스한 사랑과 위로의 손길이 얼마나 컸던지 모릅니다. 커다란 용기와 힘이 저를 감싸는 것 같았습니다.

제 친한 친구들은 제가 방과 후 저녁 때마다 어디를 가는지 알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나중에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는지도 알고 있었지요. 그래서 그들은 그때부터 저를 ‘노 신부’라고 불러가면서 보호해주는 날이 많았습니다. 자기들은 놀 거 다 놀고 가고 싶은데 다 가면서 만날 저만 빼놓고 가고, 그러면서 나중에 와서 하는 말이 “신부님은 그런 데 가시는 거 아닙니다!” 이러면서 꽁무니를 빼곤 했었지요.

또한 제 고향 안성에 ‘미리내성지’가 있다는 것 또한 주님의 축복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수능시험 전날 친구들은 예비소집이라면서 시험장 답사를 떠났지만, 저는 김대건 신부님을 만나러 성지에 갔었답니다. ‘제발 신부님의 후배가 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라고 빽 좀 쓰러 갔었지요. 성지가 저 멀리 어딘가에 있었더라면 언감생심 꿈도 못 꿨을 일이었습니다.

가만히 묵상해 보면 주님의 손길은 한시도 제 곁을 떠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당신께서 택하시어 뽑아주신 이를 끝까지 책임지시는 멋지고 의리있는 주님이 아니신가 싶어요. 주님께서는 우리를 통해 당신의 뜻을 이루시고자 우리 모두를 택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당신께 나아오길 바라시며 우리를 부르고 계십니다.

그러니 이제 우리 모두 마음을 모아 그 부르심에 기꺼이 응답해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당장은 ‘왜 그러셨지?’ 하고 의문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곧 ‘아하! 그만한 뜻이 있으셨구나!’ 하면서 깨닫게 되실 것입니다.

노성호 신부(용인대리구 양평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