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세상살이 신앙살이] (395)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좋은 경험(상)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7-07-25 수정일 2017-07-25 발행일 2017-07-30 제 3055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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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눈만 바라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있는 듯 사는 부부가 있습니다. 그 부부를 볼 때마다 ‘천생연분’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예전에 그 부부를 만났을 때에 내가 이렇게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두 분은 태어날 때부터 원래 서로 짝 지어서 태어나신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리 변치 않은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을까요?”

그러자 형제님이, “헤헤. 우리 두 사람, 태어날 때부터 인연이었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제가 고등학교 때 아내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해서 죽자고 따라다닌 건 맞아요. 지금도 고등학교 때 첫눈에 반해서 아내를 따라다니던 그 마음으로 아내를 사랑하고 있어요.”

하지만 금슬이 너무 좋은 부부를 보면 나는 괜히 질투가 납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든 흠집을 찾아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날도 자매님께 유도신문을 하듯 물었습니다.

“남편으로부터 날마다 놀라운 사랑의 고백을 받으면 아무것도 안 먹어도 늘 배가 부를 거 같아요. 그런데 살면서 한 번도 갈등이 없었어요?”

그러자 그 자매님은 “제가 이렇게 남편 복에 겨워 살지만, 젊었을 땐 남편에게 심하게 투정도 부렸고, 가끔 친한 친구들의 남편들과 비교해서 우리 남편에게 괜히 심술궂게 행동하기도 했죠.”

“어떤 심술궂은 행동을 하셨어요?”

그러자 형제님이, “여보, 그 사건 있잖아. 신부님께 그거 이야기 좀 해 드려요.”

그러자 자매님이, “에이. 여보. 그 이야기는 하지 말아요. 부끄럽게시리….”

순간의 촉이 발달한 나는 그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자매님을 설득했습니다.

“자매님, 그 이야기 좀 해 주세요. 저도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감동하거든요. 그리고 아시잖아요, 제가 어디 가서 절대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자 자매님이 괜히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습니다.

“아이, 안 되는데, 그래도 신부님이시니까 해드릴게요. 우리 부부 신혼 때 일이예요. 예나 지금이나 남편은 내게 너무나도 잘하는데, 어느 순간 그게 유혹이 되어 찾아온 거예요. 하루는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는데 한 친구가 내게 하는 말이, ‘남편은 가끔 충격 요법으로 길을 들여야 한다’는 거예요. 당시에 우리 부부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시어머니도 참 좋으신 분이세요. 그런데 친구들에게 ‘요즘 시어머니 이렇게 잘 모시는 사람이 어딨어? 네 남편에게 시어머니 모시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알려줘야 해’라는 말을 해 주는데, 나도 모르게 친구들 말에 솔깃한 거예요. 그러면서 그 날, 친구 한 명이 자신이 남편에게 써서 효과를 본 방법이 하나 있다며, 나에게 들려주는 거예요. 그게 뭐냐면, ‘남편이 퇴근하는 시간 즈음에 소주 빈 병 하나는 식탁 위에 올려놓고, 또 다른 한 병은 소주 반을 비워 침실 바닥에 놓고, 그 옆에 누워 잠든 척 하라’는 거예요. 그러면 신랑이 퇴근해서 그 장면을 보면, 놀라서 무슨 일이냐 물을 거고, 그러면 약간 술이 취한 목소리로 그동안 힘든 이야기를 울먹이며 하라는 거예요. 그러면 효과가 100% 나올 거라고. 나는 그 말만 기억이 났어요, 효과가 너무 좋았다는 그 말만.”

(다음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