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옳은 일 가려내는 지혜 청하자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
입력일 2017-07-25 수정일 2017-07-25 발행일 2017-07-30 제 3055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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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7주일 (마태 13,44-52)

솔로몬은 선친이었던 다윗의 규정에 따라 살며 주님을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오늘 제1독서에서 솔로몬에게 나타나 무엇을 원하는지 물으십니다. 그러자 솔로몬은 자신이 너무 어린아이 같아 백성을 이끄는 법을 알지 못하니 백성을 잘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청합니다. 자신에게 복을 내려달라고 청하지도 않으며, 원수에게 벌을 내려달라고 청하지도 않고 오히려 옳은 일을 가려내는 분별력, 곧 지혜를 달라고 청하는 솔로몬을 보시며 하느님께서는 대단히 흡족해하십니다. 그리고 그에게 지혜롭고 분별 있는 마음을 내려 주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열왕기 상권의 이어지는 장면에서(1열왕 3,16-28), 우리는 유명한 솔로몬의 재판 이야기를 듣습니다. 솔로몬에게 두 여자가 한 아이를 데리고 와서 누가 진짜 어머니인지 판결해 달라고 하자, 솔로몬이 아이를 죽여서 둘이 반씩 나누어 가지라고 판결하는 이야기입니다. 결론적으로 아이를 자르지 말고 다른 여인에게 주라고 말하는 여인이 진짜 어머니고, 잘라서 나누자는 여인이 가짜였음을 밝힌 솔로몬의 지혜로운 재판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더욱이 1열왕 4,9-14는 솔로몬의 지혜가 동방 모든 이의 지혜와 이집트의 모든 지혜보다 뛰어나, 수많은 사람들이 솔로몬의 지혜를 들으러 이스라엘 땅에 모여들었다고 전합니다. 그 가운데는 오늘날 에티오피아였던 세바의 여왕도 있었습니다. 이런 솔로몬이었기에 예루살렘에 하느님의 성전을 그토록 아름답게 지을 수 있었습니다. 성경은 이런 솔로몬의 시기를 태평성대였다고 묘사합니다. “유다와 이스라엘은 그 수가 바다의 모래처럼 많았다. 그들은 먹고 마시며 행복하게 지냈다.”(1열왕 5,20)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 나라를 밭에 숨겨진 보물에 비유하십니다. 그리고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모든 것을 다 팔아서 그것을 산다고 말씀하십니다. 솔로몬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무엇보다도 값진 하느님의 지혜를 간청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솔로몬과 같은 옛 선조들의 삶을 비추어서 진정 올바른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새로운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하늘 나라를 위해 투신하라고 권고하시는 듯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늘 나라의 제자가 된 모든 율법 학자는 자기 곳간에서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마태 13,51)고 말씀하시는데 솔로몬의 가르침은 하늘 나라 복음을 추구하는 우리가 꺼내어야 할 귀중한 옛것, 곧 옛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솔로몬이라는 옛것에서 배워야 할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솔로몬은 지혜를 청한 인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실수와 잘못을 저지른 인물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솔로몬은 자신을 그토록 사랑하는 하느님의 계명을 저버리고 파라오의 딸과 결혼함으로써 이스라엘에 우상숭배가 스며들게 하는 잘못을 저지릅니다.(1열왕 3,1; 11,1) 거기다 말년에 가서는 많은 이방 여인들과 혼인 관계를 맺으며 백성들을 잘못 다스리다가 하느님의 진노를 사게 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세상의 지혜에 따라 주변 임금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시도한 것이었지만, 이로 인해 이스라엘에는 많은 우상 숭배가 스며들게 됩니다. 결국 솔로몬이 죽은 뒤 예로보암의 반란으로 인해 약속된 땅이었던 왕국이 남과 북으로 갈라지게 됩니다.

여기서 우리는 하느님을 그토록 사랑했던 솔로몬마저 방심하면 하느님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음을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압니다. 하느님께서 그런 솔로몬을 그냥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는 것을 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을 마지막까지 기억하실 것이고, 그들과 맺은 약속을 기억하시어 그들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당신 사랑으로 기꺼이 받아주실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더 큰 선을 이루도록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로마 8,28) 왜냐하면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시는 당신 계획을 반드시 이루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