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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톨릭여성신학회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 승격 1주년’ 기념 강연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7-07-25 수정일 2017-07-26 발행일 2017-07-30 제 3055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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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목격한 첫 증인, 주체적 여성으로서 모범 보여”
‘죄많은 여인’ 이미지에 역할 축소되기도
 예수님 곁에 끝까지 머물며 함께 해
 축일 승격 의미 따라 교회 내 위상 재조명

7월 22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열린 한국가톨릭여성신학회 공개강연 중 종합토론하고 있는 발제자들. 사진 최용택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기념일’(7월 22일)을 ‘축일’로 격상시켰다. 그리스도의 부활을 처음으로 증거하고 부활의 기쁜 메시지를 알린 마리아 막달레나의 역할을 적극 인정, 12사도와 같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결과다. 한국교회는 변경된 전례력에 따라 정식으로 7월 22일에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 축일’을 지냈다. 특히 한국가톨릭여성신학회(회장 강운자 수녀)는 축일 승격 1주년을 맞아, 마리아 막달레나의 사도성을 재조명하는 공개강연을 마련해 관심을 모았다. 지난 22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 1층 강당에서 진행한 각 강연 주제는 ‘성경에서 만나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참모습’, ‘마리아 막달레나에 관한 교부들의 문헌과 성찰’, ‘가톨릭문화의 마리아 막달레나에 관한 비판, 재해석’이다.

알렉산더 안드레예비치 이바노프의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나타나신 예수 그리스도’ 작품 부분.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는 동서양 모든 교회에서 ‘주님 부활의 첫 번째 증인’이자 ‘최초의 복음 선포자’로 존경받아왔다. 지난해 교황청 경신성사성도 교황의 뜻에 따라 교령 ‘사도들 중의 사도’(Apostolorum Apostola)를 발표하고, “축일 성경 본문과 전례문에 담긴 개념은 성녀가 ‘주님 부활의 첫 증인이라는 영광을 누린다’는 것과 ‘사도들 앞에서 그분을 증언하는 첫 번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마리아 막달레나가 왜 예수 부활의 첫 증인으로 선택됐는지 초대교회 안에서 성녀의 위상은 어떠했는지 등에 대해 신자들에게 폭넓게 소개하는 노력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성녀의 참 모습은 교회 안팎에서 종종 ‘죄 많은 여인’,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 등으로 왜곡돼왔다. 이렇게 덧씌워진 ‘죄인’이라는 굴레는, 십자가 아래에서 예수와 함께 머물고 무덤 밖 동산에서 예수를 만난 ‘하느님 자비의 첫 증인’, ‘교회 안에서 여성 역할의 모범’ 등에서 성녀를 분리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임숙희 소장(엔 아르케 성경삶연구소)도 이번 공개강연에서 “성경의 인물 중에서 가장 오해 받는 인물이 마리아 막달레나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성경에서 만나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참모습’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복음서는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님을 따르고 ▲예수님과 함께 있고 ▲예수님으로부터 치유 받고 ▲예수님의 시중을 들고 ▲십자가에서 무덤까지 예수님과 함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즉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를 충실하게 따른 ‘제자’”라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무엇보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치유체험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절감하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이에 예수를 따라다니면서 물질적으로도 후원했으며(시중 들다) 예수가 가장 힘들 때 끝까지 곁에서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영선 수녀(광주가톨릭대 교수·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는 “대부분의 교부들은 그리스도론적, 교의론적, 교회론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활하신 예수의 첫 증인이 된 마리아 막달레나 보다는 막달레나가 만난 부활하신 예수의 본성에 더 큰 관심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김 수녀는 또한 “복음서들이 전해주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모습은 가부장적, 남성중심적 사회 안에서 안주하려는 여성들에게 주체적인 삶을 살도록 초대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남성이기 때문에 혹은 여성이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계시하시는 분이 아니다”라면서 “‘그분은 모두에게 당신의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시라는 것이 우리가 선포해야할 복음”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그리스도교 회화에서도, 마리아 막달레나는 죄 많은 여자 혹은 향유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한 여자, 아름다운 여자 등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조수정 교수(대구가톨릭대)는 “예수의 수난 혹은 부활 도상(圖像, Icon)에서 마리아 막달레나가 한 번이라도 제대로 제자 중의 제자로 표현된 적이 있을까”라고 반문하고, “마리아 막달레나의 이미지를 올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도상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교수는 또한 “성녀가 보여준 ‘정’(情)은 인간과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을 가능하게 했다”면서 “마리아 막달레나의 다정함, 용기와 열정, 헌신, 꾸밈없는 모습은 그리스도교 미술이 새롭게 도전해야할 과제이나 매일의 삶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구원의 덕목”이라고 전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