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 마리아 막달레나는 동서양 모든 교회에서 ‘주님 부활의 첫 번째 증인’이자 ‘최초의 복음 선포자’로 존경받아왔다. 지난해 교황청 경신성사성도 교황의 뜻에 따라 교령 ‘사도들 중의 사도’(Apostolorum Apostola)를 발표하고, “축일 성경 본문과 전례문에 담긴 개념은 성녀가 ‘주님 부활의 첫 증인이라는 영광을 누린다’는 것과 ‘사도들 앞에서 그분을 증언하는 첫 번째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라고 해설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마리아 막달레나가 왜 예수 부활의 첫 증인으로 선택됐는지 초대교회 안에서 성녀의 위상은 어떠했는지 등에 대해 신자들에게 폭넓게 소개하는 노력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성녀의 참 모습은 교회 안팎에서 종종 ‘죄 많은 여인’, ‘성적으로 문란한 여성’ 등으로 왜곡돼왔다. 이렇게 덧씌워진 ‘죄인’이라는 굴레는, 십자가 아래에서 예수와 함께 머물고 무덤 밖 동산에서 예수를 만난 ‘하느님 자비의 첫 증인’, ‘교회 안에서 여성 역할의 모범’ 등에서 성녀를 분리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임숙희 소장(엔 아르케 성경삶연구소)도 이번 공개강연에서 “성경의 인물 중에서 가장 오해 받는 인물이 마리아 막달레나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소장은 ‘성경에서 만나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참모습’을 주제로 한 강연을 통해 “복음서는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님을 따르고 ▲예수님과 함께 있고 ▲예수님으로부터 치유 받고 ▲예수님의 시중을 들고 ▲십자가에서 무덤까지 예수님과 함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즉 “마리아 막달레나는 예수를 충실하게 따른 ‘제자’”라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무엇보다 마리아 막달레나는 치유체험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절감하고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이에 예수를 따라다니면서 물질적으로도 후원했으며(시중 들다) 예수가 가장 힘들 때 끝까지 곁에서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영선 수녀(광주가톨릭대 교수·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회)는 “대부분의 교부들은 그리스도론적, 교의론적, 교회론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활하신 예수의 첫 증인이 된 마리아 막달레나 보다는 막달레나가 만난 부활하신 예수의 본성에 더 큰 관심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김 수녀는 또한 “복음서들이 전해주는 마리아 막달레나의 모습은 가부장적, 남성중심적 사회 안에서 안주하려는 여성들에게 주체적인 삶을 살도록 초대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남성이기 때문에 혹은 여성이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계시하시는 분이 아니다”라면서 “‘그분은 모두에게 당신의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시라는 것이 우리가 선포해야할 복음”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그리스도교 회화에서도, 마리아 막달레나는 죄 많은 여자 혹은 향유를 살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한 여자, 아름다운 여자 등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조수정 교수(대구가톨릭대)는 “예수의 수난 혹은 부활 도상(圖像, Icon)에서 마리아 막달레나가 한 번이라도 제대로 제자 중의 제자로 표현된 적이 있을까”라고 반문하고, “마리아 막달레나의 이미지를 올바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새로운 도상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교수는 또한 “성녀가 보여준 ‘정’(情)은 인간과 하느님과의 인격적 만남을 가능하게 했다”면서 “마리아 막달레나의 다정함, 용기와 열정, 헌신, 꾸밈없는 모습은 그리스도교 미술이 새롭게 도전해야할 과제이나 매일의 삶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구원의 덕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