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잉크의 서정 / 한분순

한분순(클라라) 시인
입력일 2017-07-25 수정일 2017-07-25 발행일 2017-07-30 제 3055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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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편지의 냄새를 생각해 본다. 아마 풋풋한 살구꽃 내음을 닮았을 것이다. 어른이 되면 그렇듯 추상적 냄새는 잊어버린다. 밥 짓는 따뜻함이라든가 커피의 슬기로움 같은 것도 오직 구체적 후각으로만 받아들인다. 놓친 많은 고마운 냄새들 가운데 잉크가 있다. ‘일요한담’을 쓰면서 큰 기쁨은 ‘가톨릭신문’을 읽으며 단정한 잉크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였다. 그 냄새엔 결이 아름다운 다부짐이 스며 평온의 힘을 건넨다.

은유가 사라지고 차가운 직설이 늘어난 오늘날, 온기를 품은 낱말들을 만나기 어려운데, 서정적 잉크 내음이 깃든 ‘가톨릭신문’은 경건한 위로가 된다. 요즘은 계몽가보다는 벗처럼 곁에 나란히 있는 존재를 바란다. 가벼워진 이 시대에 되새길 만한 뜻깊음이 ‘가톨릭신문’의 비둘기 로고에 담겨 있다. 복음의 전령은 날아오르는 비둘기처럼 곳곳에 신앙을 나르는 성실한 선각자가 되어 ‘가톨릭신문’으로 구현된 듯하다. ‘가톨릭신문’의 연대기는 우리 서정시와 비슷하다. 창간한 무렵 일제의 어둠 속에서 ‘쉽게 씌어진 시’를 부끄럽게 여긴 서정시인이 있었고 지금 이 순간은 서정시의 부활이 다시금 새로운 문학의 경향이다. 철학이나 미학을 탐색하지 않고 오락적 장르만을 찾는 헛헛한 삶에서 올곧은 내비게이션이 될 멘토가 그립다.

사람들은 촌스러운 것과 클래식한 것을 가끔 헷갈린다. 경박해진 정서는 우아함을 발견하지 못하고 반짝이는 신상품만 바란다. 한 갈피씩 넘기며 읽는 신문의 멋스러움은 늘 남아 있을 것이다. 뇌리를 스쳐도 심장은 그 모든 낱말을 기억하리라 여긴다. 글과 신앙을 아끼는 분들이 계시기에 그 향긋함으로 삶은 곱디곱다. 오늘 펼쳐 든 잉크 내음이 새삼 은혜롭다.

한분순(클라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