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펀펀 사회교리] (29) 나 군대 안 갈래! Ⅱ ③·끝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
입력일 2017-07-18 수정일 2017-08-07 발행일 2017-07-23 제 305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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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 전쟁 대신 평화 얻는 길
 

“만약 베드로씨가 다시 군대를 가야 한다면, 현역병으로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지금 말씀드린 대체복무요원으로, 중증 어르신을 돌보는 사회복지 시설에 가시겠습니까?”


백 신부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베드로가


“흠, 신부님 이런 어려운 질문을 하시다니요. 전국의 독자들이 보고 계시는데… 어렵지만 대체복무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죠, 사실 누구나 선택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모두가 나라를 지키는 애국의 한 방법임을 인정하는 사회분위기 형성이 중요하겠습니다. 특히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기도하는 우리 천주교회가 대체복무 도입과 회 분위기 형성에 앞장서야겠습니다.


당장 우리 교회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한 가지, 신학생들의 군복무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아무런 비판 없이 당연히 현역병으로 입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교회 차원에서 대체복무를 원칙으로 하고, 자신이 원하든지 또는 군사목에 관심이 있는 신학생들만 따로 사병이든 장교든 필요한 부문에서 복무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예비군에 대해서도 고민해야겠습니다. 우리나라 향토예비군은 1961년 11월에 제정된 향토예비군 설치법에서부터 시작됐지만 지금과 같은 준군사조직으로 바뀐 것은 1968년 1·21 사태, 일명 ‘김신조 무장공비 일당 청와대 습격 사건’ 때부터입니다. 당시는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었고, 북한이 군사 도발을 자주 할 때였습니다. 향토예비군 발전 배경이 우리나라 주변 정세와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과 맞물려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신의 영구 집권을 위해서 국민들에게 전쟁에 대한 공포감을 조장하기 위한 일환이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1980년에는 경찰 기능까지 추가되어 ‘경찰력만으로 대처할 수 없는 무장소요가 있거나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 이를 진압하고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규정을 추가합니다. 이것은 12·12 쿠데타로 집권하고 계엄령을 선포한 신군부가 예비군을 제2의 계엄군으로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기도 합니다. 놀라운 일이죠. 결국 일제 강점기 말에 있었던 ‘전 국민동원 체제’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예비군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는 정책 철학에 있습니다. 국민 개개인을 국가의 부속품쯤으로 여기는 전체주의적 발상을 통해서 국민 개개인의 희생을 강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회사원들이 상사의 눈치를 보면서 훈련에 나가고, 자영업자들은 가뜩이나 먹고살기 힘든데 며칠씩 가게 문을 닫아야 하면서도 ‘애국심’이라는 이름 때문에 불만을 눌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천주교회가 전쟁을 막아내고 이 땅에 평화를 이루는 데 앞장서기를 기도드립니다.”




백남해 신부(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