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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참된 의인이 되는 길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
입력일 2017-07-18 수정일 2017-07-18 발행일 2017-07-23 제 3054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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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6주일 (마태 13,24-43)

종종 악인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 ‘하느님이 세상의 악에 개입하지 않으시고 무엇을 하고 계신가? 왜 의인들은 고통을 받고, 악인들은 행복하게 사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질문은 이스라엘 민족도 던지던 질문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 왜 이러시는가? 주변의 다른 민족들은 우상을 섬기는데도 내버려 두시면서 당신 백성에게는 왜 이렇게 모지신가?

오늘 제1독서는 이 질문에 답하면서, 하느님께서는 결코 불의하신 분이 아니시며, 침묵하고 계신 분이 아니시라고 말합니다.(지혜 12,13) 하느님께서는 만물을 다스리는 분으로 당신이 개입하고자 하실 때만 세상에 개입하는 분이시지, 다른 무엇에 좌우되는 분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누구도 그분의 결정에 불평을 터트릴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불의하게 심판하지 않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누군가가 불평한다고 해서 그에게 당신이 불의하지 않았음을 증명하실 필요도 없는 분이십니다.

물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권능이 불신을 받을 때 힘을 드러내기도 하십니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을 불신하는 이들의 오만한 자세를 질책하기 위함이지, 당신께 불평을 터트리는 이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당신의 계획을 바꾸기 위함이 아닙니다.

오늘 지혜서는 이 점을 알고 모든 것이 하느님 손에 달려 있음을 받아들이는 사람만이 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임을 밝힙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한 가지를 더 말해 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지은 죄에 대하여 사람들이 회개할 기회를 주신다는 것입니다.(지혜 12,19) 하느님께서는 불의한 이들을 내버려두는 분이 아니라 회개할 기회를 주는 분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죄를 그냥 없다고 덮어주는 분이 아니라 회개할 때를 기다려 주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오늘 화답송이 노래하듯이 회개하여 돌아오는 이들에게 한없이 어질고 자비로우신 분입니다. 하지만 회개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큰 처벌을 마련하는 분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보니 하느님은 불의를 참고 계신 것이 아니라, 그들이 회개하기를 기다리고 계실 뿐입니다.

오늘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 밀과 가라지 비유를 들어 이야기하고자 하신 것도 바로 이점입니다. 하느님께서 처음부터 밀과 가라지를 구분해 두셨기에 우리 가운데 밀은 구원으로, 가라지는 파멸로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신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세상 마지막까지 모두가 당신에게 돌아서기를 기다리고 계시다는 것을 이야기하신 것입니다.

사실, 우리 가운데 누가 밀이고, 누가 가라지인지 아직 분명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종말에 가서 다 자라 보아야 분명히 드러날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종종 내가 가라지가 아닐까 하며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고 고백하는 이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우리는 세례를 통하여 하늘나라의 자녀가 된, 사람의 아들이 뿌려놓은 좋은 밀알들이기 때문입니다.(마태 13,27) 그러니 가라지가 아닐까 걱정하지 말고, 좋은 열매를 맺는 밀알이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하느님께 돌아서서 간구해야 합니다. 그러면 오늘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가 이야기하듯이 성령께서 우리를 도와주시고, 모든 길을 알려주시며, 우리를 대신해서 항상 우리를 위해 간구해주실 것입니다.(로마 8,26-27) 이것이 오늘 독서와 복음의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오늘 제1독서의 지혜서는 우리에게 한 가지를 더 권고합니다. 의인이라고 한다면 하느님께서 인자하신 것처럼 다른 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지혜 12,19) 그렇게 기다릴 줄 아는 의인이야말로 진정 하느님께서 뿌리신 좋은 밀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다시 한번 우리 모두 예수님이 뿌리신 밀알들임을 기억하며, 성령의 도우심으로 주님께 끊임없이 돌아서도록 합시다. 그리고 하느님을 닮아 다른 이들이 돌아서기를 기다릴 줄 아는 참된 의인이 됩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