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꽃처럼 어진 이들 / 한분순

한분순(클라라) 시인
입력일 2017-07-18 수정일 2017-07-18 발행일 2017-07-23 제 305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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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사람들이 모르는 겨를에 가만히 꽃은 피어난다. 마치 낮별처럼 그곳에서 반짝이고 있으나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눈부신 목숨이다. 하늘의 깊이를 가늠할 수는 없으나, 그런 것이 신앙이다. 믿음을 잊고 있어도 나무라지 않고 우리 곁을 아름답게 만드는, 꽃과 같은 고마운 포용이다. 새벽 무렵 안개가 흐릿한 커튼으로 나타나는 것도 어쩌면 깜빡 믿음을 놓쳐버린 마음들에게 보내는 작은 한숨일 듯하다.

신앙의 완전한 형태가 따로 있지는 않을 것이다. 풀이 그 여린 몸으로 아스팔트를 뚫고 자라남을 믿는 것도 싱그러운 믿음이라 일컬을 만하다. ‘종교’는 ‘궁극적 가르침’을 뜻하는데 사람들은 배움보다는 기대고 싶은 속내가 훨씬 많아 보인다. 그런 까닭으로 여러 갈래의 종교들이 생긴 것이라 여긴다. 존재를 감싸는 절대적 힘을 찾아 서성이는 것이다. 스스로를 먼저 아끼는 그 모습들을 탓할 수는 없으니 무엇을 믿든 사람과 사물에 대한 상냥함은 품었으면 한다. 신앙으로 보호자를 갈구하는 개인주의자가 되지 않고 다정한 겸손을 익히고 싶다. 인연은 사랑스럽고 하늘은 애틋하다.

주님보다 고운 시는 없다. 내가 글을 쓰며 다룬 숱한 낱말들 가운데 어떤 단어로 그 신성한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으려나 생각하며 문장을 가다듬는다. 은유의 아카이브에 멋진 시를 모아서 긍휼 찬가를 만들어 모두를 즐겁게 참된 믿음을 이루려 한다. 속삭임은 스치는 날개이기에 거짓 허울은 차갑게 사라진다. 우리에게 머무르는 것은 주님의 말씀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월계관을 바란다. 경건한 영광의 기도를 잊지 않았으면 한다. 꽃처럼 어진 이들한테는 고운 날들이 돋아남을 믿는다.

한분순(클라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