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마리아수녀회 도티기념병원, 폐원미사 끝으로 문 닫아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rn조지혜 기자
입력일 2017-07-12 수정일 2017-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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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환자들의 안식처, 35년 사랑 나누고 떠나다
1982년부터 외국인 등 300만 명 무료진료

무료 자선병원 도티기념병원 폐원미사가 6월 29일 오후 서울 응암동 마리아수녀회 서울분원에서 유경촌 주교 주례로 봉헌됐다. 사진 박지순 기자

가난한 이들의 벗이자 생명운동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마리아수녀회(총원장 조 마리아 수녀)가 운영해온 서울 응암동 도티기념병원이 6월 29일 폐원미사를 끝으로 문을 닫았다.

유경촌 주교(서울대교구 사회사목담당 교구장 대리) 주례로 마리아수녀회 서울분원 강당에서 열린 폐원미사에는 지난 35년간 도티병원과 함께해 온 봉사자, 은인, 의료봉사진은 물론 도티병원에서 태어나거나 치료받은 이들 등 600여 명이 한자리에 했다. 도티병원 건축을 위해 100만 달러를 기부하고 이후에도 여러 차례 거액을 후원한 조지 도티씨의 장녀 안 마리 도티씨도 참석해 도티병원의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유 주교는 폐원미사 강론에서 “도티병원 설립 35주년이 되는 오늘 폐원미사를 드리게 돼 기쁨보다는 슬픔과 아쉬움이 크다”며 “베드로가 천사의 인도로 감옥에서 나오고 나서야 천사의 도움을 알게 된 것처럼 도티병원이 문을 닫는 지금에서야 도티병원이 우리에게 천사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이어 “도티병원은 가난이나 미혼모가 될 것이라는 이유로 생명을 포기하려는 산모들을 설득해 신생아 8400명을 받아냈을 정도로 우리 사회와 교회 안에 생명수호 운동의 초석을 놓은 곳”이라고 평가했다. 유 주교는 “돌이켜 보면 도티병원만큼 규모 있게 운영된 무료 자선병원이 우리 사회에 흔치 않았던 것 같다”며 “도티병원이 수행했던 사명이 하느님의 뜻으로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에서 부활하도록 기도하자”고 밝혔다.

미사 중 도티병원 후원자 조지 도티씨의 장녀 안 마리 도티씨가 감사패를 받고 있다. 사진 박지순 기자

이날 미사 중 안 마리 도티씨에게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명의 감사패가 수여됐다. 도티병원 치과 백광우 과장 등 의료봉사진도 유 주교 명의 감사패를 받았다.

도티병원은 1982년 6월 29일 문을 열었다. 병원 설립자 소 알로이시오 몬시뇰은 일반 병원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가난한 환자들이 환대받을 수 있는 자선병원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를 알게 된 당시 미국 골드만 삭스의 중역이며 포담대학 이사장이었던 도티(George Doty)씨가 100만 달러를 병원 건립을 위해 쾌척했다. 그를 기념해 병원 이름을 ‘도티기념병원’이라 지었다. 1981년 공사를 시작한 병원은 지하1층 지상 3층 79병상 규모를 갖추고 1982년 가난한 이들을 위한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 35년 동안 도티병원은 외래환자 210만여 명, 입원환자 85만여 명을 진료했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외국인 근로자 등 99개국 5만2000여 명의 외국 환자까지 진료의 폭을 넓혔다.

도티병원은 소외계층을 진료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에 아산상 대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12년에는 도티병원의 무료 진료 때문에 주변 병원이 피해를 본다는 민원에 따라 ‘환자 본인부담금을 면제·할인하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행정지도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소외된 이를 위한 진료를 멈추지 않았던 도티병원은 환자수 감소와 의료환경 변화에 따라 2017년 6월 29일 설립 35년 만에 소임을 다하고 문을 닫았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rn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