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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풍성한 열매 주시는 하느님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
입력일 2017-07-11 수정일 2017-07-11 발행일 2017-07-16 제 3053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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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5주일 (마태 13,1-23)

사도 바오로에 따르면 세상은 창조 때부터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본성, 곧 그분의 영원한 힘과 신성을 조물을 통하여 알아보고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로마 1,19-20) 하지만 예수님이 오기 전까지 세상은 하느님의 신비를 전혀 깨닫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생각이 허망하고 우둔해 허무의 지배 아래 있었고, 멸망의 종살이에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로마 1,21-22) 이런 세상에 하느님의 신비를 온전히 깨닫게 해 주신 분이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을 만나서 말씀을 듣고 하느님의 신비, 곧 하늘나라의 신비를 깨닫는 이는 백 배, 육십 배, 삼십 배의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이 오늘 복음의 가르침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서도 하느님의 신비를 깨닫지 못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두고 예수님께서는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이들이라고 말씀하십니다.(마태 13,13) 그들은 하늘나라의 신비가 드러나는 것을 막고자 하지만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늘 1독서가 이야기하듯이 하느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은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뜻하는 바를 반드시 완수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거부한다 하더라도 하느님의 신비는 드러날 것이고, 하느님의 말씀은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제1독서로 봉독한 이사 55,10-11는 제2 이사야서(이사 40-55장)를 마무리하는 대목으로 오늘 대목에 앞서 이사야 예언자는 이스라엘과 관련된 하느님의 신비를 알려줍니다. 메시아가 오면 이스라엘 백성이 유배를 마치고 약속된 땅으로 되돌아가 모든 것이 회복되리라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는 바로 이 예언이 이루어질 것임을 말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그 예언은 실제 키루스라는 임금 메시아를 통해 이루어지는 듯 보입니다. 화답송으로 읽은 시편 65장이 노래하듯이 주님께서 그들을 찾아오시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되돌려 주신 것입니다. 그리하여 모든 땅이 화평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키루스의 평화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세상은 다시 혼란스러워졌고, 이스라엘은 다시 어려운 삶에 떨어집니다. 유배를 마치고 돌아왔으나, 회복은 더디기만 했고, 하느님의 성전을 재건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습니다. 이사야의 예언이 온전히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하신 분이 나자렛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바로 이사야가 예언한 메시아, 하느님의 말씀을 이루는 분, 하느님 말씀 자체이심을 밝히십니다. 이제 세상은 당신을 통해 하늘나라의 신비를 올바로 깨닫게 될 것이고, 당신의 말씀을 듣고 깨닫는 사람을 통해 그분의 말씀은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의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을 통하여 참된 평화가 가득한, 젖과 꿀이 흐르는 하늘나라가 올 것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 그 나라를 가득 채울 것입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는 온갖 피조물이 이때를 기다려 왔다고 이야기합니다. 모든 피조물은 하느님을 알지 못했지만 항상 영광의 자유를 갈망해 왔습니다. 이런 세상에 성령을 첫 선물로 받게 되어 하늘나라 신비를 깨닫고,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살게 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의 희망이 됩니다.

하지만 사도 바오로는 분명히 말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를, 속량되기를 기다리며 속으로 탄식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우리는 이미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부족함으로 인해 온전한 하느님의 자녀가 되지는 못했음을 절감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여전히 하느님의 도우심이 절실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리라는 믿음과 하느님에 대한 충실함이 필요합니다. 그렇게 하느님의 은총과 우리 편에서의 믿음과 충실함이 어우러질 때 우리는 하느님의 온전한 자녀가 되어 하늘나라에서 참된 평화를 누릴 것입니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우리 손에 이끌려 온갖 피조물도 하늘나라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이사야의 예언이 이루어지는 것이며 예수님께서 뿌린 하늘나라에 관한 말씀이 우리를 통하여 백 배, 예순 배, 서른 배의 열매를 맺는 것입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