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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스포츠의 위대함 / 윤훈기

윤훈기(안드레아) 토마스안중근민족화해진료소 추진위원
입력일 2017-07-11 수정일 2017-07-11 발행일 2017-07-16 제 305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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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권력보다 위대하다. 이유는 첫째, 인종차별과 탈식민주의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식민주의의 근거는 ‘백인이 유색인보다 모든 방면에서 우월하기 때문에 지배해야 한다’라는 허위논리였다. 하지만 흑인들은 운동에서 먼저 백인을 능가하는 특유의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결국 식민지 해방에 기폭제가 됐다. 둘째, 스포츠는 속임수가 전혀 통하지 않는 순수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시합에선 반칙을 하면 퇴장당한다. 교묘한 속임수를 부리다간 팬들에게 영원히 외면된다. 그렇게 스포츠는 가장 깨끗한 경쟁을 보여줘 사람들에게 정의감을 심어준다. 셋째, 지구 인구 70억 모두를 기쁘고 행복하게 해준다. 스포츠는 고도의 예술이기 때문에 승패에 상관없이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넷째, 사람들을 화해시키고 통합시켜 준다는 점이다. 6·25전쟁에서 앙숙이 된 중국과 미국이 화해하고 수교하는데 탁구가 큰 매개체가 됐다. 스포츠 교류를 통해서 베트남전쟁의 승자 베트남과 패자 미국이 앙금을 풀 수 있었다.

통합의 결과는 단순한 산술적 합을 넘어선다. 1991년 남북단일팀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서양의 강호들을 물리치고 4강전에 진출했고,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는 단체전 우승의 감동적인 기적을 일궜다. 근대적 통합의 귀감이 되는 유럽연합을 가능케 해준 정신적 역할도 스포츠가 해낸 것이다. 명문팀인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중 스페인 선수는 1~2명에 불과하다. 첼시도 마찬가지다.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은 프랑스의 영원한 영웅 지단인데 아랍계다. 프랑스 대표팀은 죄다 흑인 아니면 아랍인들이다. 크로아티아계 스웨덴인이지만 영국에서 뛰는 선수도 있다. 유럽은 스포츠가 일상화됐기 때문에 경기에 관한 대화가 없으면 생활이 어려울 정도다.

세상에 동북아만큼 평화롭지 못한 곳이 없다. 동북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서는 스포츠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 각 팀의 용병비율을 많이 올려서, 남한-북한-중국-일본 선수들이 골고루 섞이게 해야 한다. 우리의 스타가 중국 상하이에서 뛰면 상하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고, 북한의 스타가 서울FC에서 활약하면 북한을 더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멀었다. 광주 출신은 주로 전라도팀에 가고, 대구 출신은 주로 경상도팀으로 가는 것이 현실이다. 경계 지어질 때 병들고 경계가 해체될 때 치유되는 법이다. 작은 치유가 먼저 일어나려면 목포 출신은 대구로 가고, 부산 출신은 광주로 가야 한다. 작은 치유는 큰 화해와 통합으로 이어진다.

권력은 기득권 강화를 위해 노예제도를 만들고 세계를 식민지로 삼았다. 권력은 반칙과 속임수를 일삼았다. 권력은 세상을 차별하고 폭력으로 고통 속에 빠트리고 병들게 했다. 권력은 사람들을 동서남북으로 분열시켰다. 권력의 오랜 역사는 심각한 적폐가 돼 치유 불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서양은 스포츠에서 그 신비로운 해법을 찾았다. 우리도 이제는 남북통일과 더불어 동북아통합이라는 위대한 역사의 대항해를 시작해야 할 때다.

윤훈기(안드레아) 토마스안중근민족화해진료소 추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