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부는 까닭은 어쩌면 하늘이 우리에게 내려준 속삭임의 숨결 같다. 우리가 혼자 깊이 바라는 마음을 상냥하게 알아차려 바람이라는 고운 입김으로 말씀을 건네는 듯하다. 그래서 ‘바람’의 이름이 ‘바람’이 된 것이라 여긴다. 땅과 하늘이 신실하게 맞닿아 서로의 바람이 만나서 그 힘으로 뜻한 바가 다들 이루어졌으면 한다. 가톨릭에 반하게 된 것엔 많은 사연이 깃들었는데 이를테면 새로운 이름을 받을 수 있어서이다. 통속의 어둠을 씻고 맑은 삶을 찾는 세례 속에서 나만의 이름을 짓는다. 그 세례명은 성인을 기리면서 나 스스로 고를 수 있기에 고마운 기쁨이다.
나의 세례명은 ‘클라라’이다. 이를 ‘글라라’로 쓰기도 했는데 날마다 글을 짓는 내게 어울리는 듯하다. 클라라는 ‘아주 맑은’을 뜻한다. 클라라는 수도원을 세워 겸손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사람들을 돌보았다. 성인의 축일은 나의 또 다른 생일이 된다. 계절의 정령처럼 이어지는 신성한 축일들은 경건하면서도 유쾌한 은총으로 나와 나를 아끼는 사람들에게 스며든다.
내가 지닌 이름만큼 그 몫을 해야 한다는 다짐은 세례명이 내린 반듯한 임무일 것이다. 아침마다 어김없이 세수를 한다. 말갛게 몸을 가다듬으며 마음에도 늘 세례에서 받은 보살핌을 되새긴다. 기도만을 하며 회개는 잊고 지내는 속세의 편린을 사죄해야 할 것이다. 신앙 고백의 참된 믿음을 흐트러지지 않게 보듬으며 세례받은 날의 첫 각오를 굳게 품고 있다. 성인이 나의 수호자이니 그 이름의 미덕을 행해야 할 것이다. 나의 세례명처럼 곁에 있는 사람들의 그림자 연인으로 그들을 지키며 섬세한 여운이 되어 함께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