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구원한 왼손, 은총 가득한 오른손
히브리어로 야민은 오른쪽을 스몰은 왼쪽을 의미한다. 좌우에 대한 느낌은 우리말과 히브리어가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 특이한 좌우의 용법
구약성경은 인간적 한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할 때가 있다. 하느님 백성이 서로 다툰 이야기도 많이 전하는데, 벤야민 지파와 나머지 지파가 싸운 이야기도(판관 19-20장) 그중에 하나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는 특이하게도 “왼손잡이 정병 칠백 명”이 등장한다. “그들은 모두 머리카락 하나 빗나가지 않게 맞히는 돌팔매꾼”(판관 20,16)이다. 좌완(左腕) 투수가 훨씬 정확하다는 기록은 이곳 외에 전혀 등장하지 않으니 참으로 특이한 기사라고 아니할 수 없다. 야민은 남쪽을 스몰은 북쪽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이런 용법은 우리말에 없다. 얼굴을 해 뜨는 동쪽에 두면 왼손은 북쪽을 오른손은 남쪽을 가리키니, 고대 셈족의 사람들은 동쪽을 바라보며 살았던 사람들인 것 같다. 남쪽은 따뜻하고 풍요로운 법이다. 그래서 야민(오른쪽)은 풍요롭고 넉넉하다는 의미까지 얻게 되었다. 현대 아라비아 반도 맨 남쪽에 위치한 나라 이름이 예멘(Yemen)이다. 예멘과 야민은 어근이 같은 말이다. ■ 왼쪽과 오른쪽을 가리다 이집트에서 탈출할 때 이스라엘 자손들이 바다 가운데로 마른 땅을 걸어 들어가자 “물은 그들 좌우에서 벽이 되어 주었다.”(탈출 14,22) 이 장면은 마치 우리 인간의 운명을 가리키는 것 같다. 하느님이 제시해 주신 길을 올바로 걸어갈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좌우에서 지켜주실 것이다. 이 기적을 체험한 모세는 주님이 명령하신 길에서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벗어나지 말라는 당부를 여러 번 남겼다(신명 2,27; 17,11.20). 좌파든 우파든 너무 지나쳐 정도(正道)에서 벗어나면 하느님 눈에 들지 못할 것이다.주원준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rn독일에서 구약학과 고대 근동 언어를 공부한 평신도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