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통일-고난의 결실

윤훈기(안드레아) 토마스안중근민족화해진료소 추진위원
입력일 2017-07-04 수정일 2017-07-04 발행일 2017-07-09 제 305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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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하늘은 사람에게 큰 과업을 맡기려 할 때에는 먼저 마음을 괴롭히고 굶주리게 하고 하는 일마다 잘 안돼 지치게 한다. 이는 무한히 견디어 내도록 마음을 단련해 어떤 사명도 능히 감당할 수 있는 초인을 길러내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하느님은 자신이 선택한 사람을 가혹하게 훈련시킨다는 뜻이다. 분단국 아일랜드에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 같은 노래가 있다.

제목이 ‘A Nation once again’인 그 노래는 “부당한 분단의 족쇄를 벗기 위해서는 소년의 뜨거운 피를 늘 간직하고, 페르시아의 100만 대군에 맞서 이긴 스파르타의 300전사와 카이사르를 시해한 3명의 영웅을 생각하자. 가장 끔찍한 고통의 비애로부터 희망은 미약하지만 멀리 가는 빛을 발하고, 아무리 강렬한 여름 햇빛의 열정도 그 장엄한 별빛을 능가하지는 못하리. 소년이 자라 어른이 되며 한때 권위에 굴종했으나 숭고한 뜻의 영혼은 잔인한 억압을 극복하네. 우리의 희망은 결코 헛되지 않으리.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두 조국이 이제 다시 하나의 나라가 됐으면 하네. 하늘이 주신 배 ‘자유함’의 임무는 높고 성스러운 것이니 불경의 죄를 범하면 그 열정도 헛되리니. 자유는 하느님의 바른손에서 오리니, 하늘이 내려주신 혹독한 훈련을 견디어낸 가장 올바른 사람이 언젠가 우리나라를 통일시킬 것이다”라는 내용이다.

‘하늘의 훈련’(Heavenly Train!) 하늘이 선민에게 내려주시는 뼈를 깎는 수련을 말한다. 하늘의 정의를 땅에서 재현하려면 고난의 서사를 천명으로 알아 견뎌내야 한다. 동양과 서양의 철학은 그렇게 뿌리에 있어서는 다르지 않다. 시련과 역경 그리고 고통. 쓰러지면 저주가 되지만 끝까지 견뎌내면 큰 축복이 되는 것이다.

‘성인과 현자의 나라’ 아일랜드의 천주교 영성은 특이하게 아름답다. 청교도혁명으로 찰스1세를 사형시키고 집권한 크롬웰이 아일랜드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드로기다에서 4000명의 양민학살을 감행한 이후 슬픔 속에 아일랜드의 영성은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가장 아름답고 위대해지기 위해 스스로 자신들의 영혼을 가장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는 고통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천주교를 믿으면 교육도 못 받고 땅도 소유 못하는 가혹한 식민통치 하에서도 그들은 신앙을 저버리지 않았다. 한 번도 타민족에게 해코지를 해본 적이 없는 그 민족은 결국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부님을 해외에 파송하는 나라, 진짜 평화를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우리나라는 여러 면에서 아일랜드와 닮았다. 한 번도 남의 나라를 침공해본 적이 없다. 얼마나 평화를 사랑했으면 동방예의지국이라는 고귀한 칭송을 받았을까? 우리도 반만 년 동안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견뎌 낸 민족이다. 그 각고의 시련들을 하느님이 사랑으로 내려주신 ‘Heavenly Train’으로 알아 이제는 위대함으로 상승시켜야 할 때다. 가장 고통받은 민족이 가장 위대해진다. 위대한 민족은 반드시 화합한다.

윤훈기(안드레아) 토마스안중근민족화해진료소 추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