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성가의 기쁨] 김정식 로제리오 (상)

신동헌 기자
입력일 2017-07-04 수정일 2017-07-04 발행일 2017-07-09 제 3052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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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 위로할 수 있어 감사

■ 바람 속의 주

“내 이젠 다시 외로웁지 않으리 바람 속의 내 주여”

때때로 시(詩)는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준다. 그 영감은 노래가 되어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 받기도 한다. 시인이자 아동문학가인 고(故) 유경환(클레멘스)씨의 작품 ‘바람 속의 주’도 그러하다.

“1984년에 유경환 시인과 만났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졌죠. 특히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어느 날 유경환 시인이 제안하셨어요. 신앙을 주제로 쓴 시(詩 )에 곡을 붙이면 어떻겠냐고. 그러면서 건네신 시(詩가) 바로 ‘바람 속의 주’였죠.”

시(詩)를 본 순간 노래로 읽혔다. 찰나의 순간 ‘바람 속의 주’는 노래로 만들어졌고 많은 이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넸다. 자살을 결심한 이가 ‘바람 속의 주’를 듣고 다시 살 결심을 하기도 했고, 사제·수도성소를 갖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는 등 많은 이들에게 하느님에 대한 갈망과 위로를 주었다.

“이 시(詩)를 처음 본 순간 그즈음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올랐습니다. 어머니를 여읜 아픔을 위로받는 느낌이 들면서 바로 곡으로 읽혔죠. 저에게 신앙의 위로가 된 것처럼 많은 이들에게도 위로가 됐던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 감사할 일이죠.”

■ 주님의 기도

“영광이며 사랑이신 우리 주님께”

김정식씨가 개사한 ‘주님의 기도’는 ‘에레스 뚜(Eres tú)’라는 제목으로 불린다. 이 곡의 원곡 제목을 따라 부르는 말이다. 서정적인 선율과 아름다운 화음으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온 김정식씨의 ‘주님의 기도’는 세속 음악이 원곡이고 기도문의 일부가 빠져 있으며 영광송이 포함돼 있어 전례에 맞지 않다. 그러나 아직 이 곡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1978년 제2회 MBC대학가요제에 ‘쌍투스’라는 팀이 출전했어요. 그들이 들고나온 곡이 ‘에레스 뚜(Eres tú)’를 번안한 ‘그대 있는 곳까지’라는 곡이었습니다. 저도 그 대회를 출전했었는데 자연스레 쌍투스 단원들과 친해졌죠. 그들도 가톨릭 신자였거든요.”

서로의 곡을 불러보며 이야기 나누던 중 ‘이 선율에 주님의 기도를 붙여보면 어떨까?’하는 제안을 누군가 했고 그 자리에서 가사를 붙여 봤다.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번안곡을 즐겨 부르던 당시 젊은이들의 감성과도 잘 맞았다. 그렇게 ‘에레스 뚜(Eres tú)’는 ‘그대 있는 곳까지’를 거쳐 ‘주님의 기도’로 만들어졌다.

“저는 삶 속에서 ‘주님의 기도’를 자주 바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곡에 기도문을 붙였어요. 전례에 사용되기를 바랐던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레 불리게 되면서 논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청소년 성가집에는 온전한 기도문으로 다시 만들었지만 전례 안에서보다 일상 속에서 더 많이 불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게 생활성가 아닐까요?”

신동헌 기자 david983@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