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같은 죄 반복하는 나, 하느님은 용서하실까요?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
입력일 2017-06-27 수정일 2017-06-27 발행일 2017-07-02 제 3051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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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자비하신 분, 두려움과 죄책감 버리세요

【질문】 같은 죄 반복하는 나, 하느님은 용서하실까요?

고해성사를 잘 보지도 않는데, 항상 똑같은 죄를 고백하는 제가 부끄럽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뉘우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긴 하는데, 고해성사를 볼 때마다 역시 같은 일로 잘못했다고 용서를 빕니다. 반복된 죄를 하느님께서 과연 용서해주실까요?

【답변】하느님은 자비하신 분, 두려움과 죄책감 버리세요

고해성사로 인해서 어려움을 갖는 신자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습니다. 이 어려움은 저에게도 적용이 됩니다. 내 잘못을 살피고 스스로를 반성하고 다시 하느님의 대리자에게 이 사실을 드러내는 일은 누구에게든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우리들은 갖은 죄를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그 이유를 신학적으로 말하자면 그 뿌리가 같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러분은 아무도 하느님의 은총을 놓쳐 버리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십시오. 또 쓴 열매를 맺는 뿌리가 하나라도 솟아나 혼란을 일으켜 그것 때문에 많은 사람이 더럽혀지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십시오.(히브 12,15)”

쓴 열매를 맺는 뿌리라는 것이 우리가 지닌 어떤 문제의 근원이라고 보입니다.

심리학에서는 ‘핵심 신념’이라고 하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핵심 신념은 초기 경험으로부터 발달한 무조건적인 믿음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생각들로 우리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보거나, 혹은 세상일이나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는 관점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런 핵심 신념에서 사람들은 각자 살기 위한 가정과 규칙을 만들어내고, 다시 문제를 일으키게 되고 반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기 때문에 많은 신자들이 같은 죄를 반복하면서 신앙생활을 해 나간다고 보입니다. 본인 스스로 핵심 신념을 알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대목인데, 이를 찾기 위해서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방법을 취하기도 합니다. 즉 죄를 반복하고 나서 느끼는 일관된 감정을 통해서 자신이 갖고 있는 쓴 열매를 맺는 뿌리를 파악해 보는 것입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여러 가지 두려움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그중에서 관계 상실의 두려움이 있는데 그 두려움 안에는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큰 것으로 보입니다. 고해성사를 하고 나서 반복된 죄를 짓고 있는 자신을 과연 절대자이신 하느님께서 용서해 주실까, 나를 받아줄까, 나를 버리지는 않으실까 등의 두려움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때 동시에 나타나는 것 중에 자기 자신에 대한 수치감도 있습니다. 그리고 죄책감도 있습니다. 이런 수치감과 죄책감이 합쳐지고 버려질 것 같이 느껴지면 더 어려운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교회에서 늘 이야기하듯이 하느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자비하신 분이십니다. 늘 우리를 감싸 안아 주시고 사랑해주시며 지켜주시고 이끌어주십니다. 이 사랑을 옆에 두고도 행여 자기의 잘못을 들여다보느라 더 큰 은총을 잃지 않으시길 기도합니다.

“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의 귀염둥이, 나의 사랑이다. 그러니 어찌 해안 지방을 주고라도 너를 찾지 않으며 부족들을 내주고라도 너의 목숨을 건져내지 않으랴!”(이사 43,4)

이찬 신부 (성 골롬반외방선교회·다솜터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