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직장암 3기’ 노모 홀로 돌보는 이정례씨

박지순 기자
입력일 2017-06-27 수정일 2017-06-28 발행일 2017-07-02 제 3051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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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미워했던 나쁜 딸 용서해 주세요”
수술 후 계속되는 항암치료에
병원비 청구서 쌓여만 가는데
요양보호사 수입 60만 원이 전부
월세 내기도 빠듯해 생계 어려워

직장암 3기와 생활고로 고통받는 이복순 할머니를 딸 이정례씨가 간호하고 있다.

불과 1년 전까지 작은 돈이라도 벌어서 자식 신세 안 지겠다고 동네 주민센터 청소와 폐지 수집을 하던 이복순(비비안나·87·서울 구로3동본당) 할머니였지만 지금은 대소변도 혼자 해결하지 못한다. 뒤늦게 직장암이 발견돼 딸 이정례(마리아·65)씨가 어린아이 돌보듯 이 할머니를 먹이고 씻기고 입히며 힘겹게 병수발을 하고 있다.

월세 40만 원짜리 비좁은 방에 초점 흐린 눈으로 누워만 있는 80대 후반 어머니와 초로의 딸. 두 사람 모두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너무나 무거워 보였다. 이제까지 기나긴 인고의 세월을 견뎌왔는데 얼마 남지 않은 삶마저 어깨를 짓누르는 십자가가 될 줄이야….

이 할머니는 지난해까지 동네 주민센터 공공근로 청소를 하고 한 달에 20~30만 원, 손수레를 끌며 폐지 수집을 하면 하루에 천 원짜리 몇 장을 손에 쥐었다. 딸 이씨는 “왜 창피하게 못 쓰는 물건들을 주우러 다니느냐”며 어머니에게 듣기 싫은 소리를 지른 적도 있지만 어머니가 고령에도 건강해서 다행이라고 여기곤 했다. 그러던 어머니가 화장실을 쉴 새 없이 다니면서도 대소변을 제대도 못 봐 작은 병원에도 몇 달은 다녔다. 차도가 없었다. “죽기 전에 검사라도 한 번 제대로 받는 게 소원”이라는 어머니 말을 듣고 인근 대학병원에 모시고 갔다. 요양보호사로 일하지만 일거리가 적어 월 수입이 60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딸 이씨로서는 대학병원 진료가 큰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검사결과 어머니는 직장암 3기였다. 20여 년 전 위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이성만·베드로) 모습이 겹쳐졌다.

곧바로 수술을 받은 어머니는 옆구리에 구멍을 뚫어 장을 끄집어내 비닐로 대변을 받아내야 했다. 딸 이씨 혼자 감당해야 할 고통이 너무나 컸던 탓일까. 딸 이씨는 어머니 병간호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견디기 어려우면 ‘어머니가 주무시는 것처럼 하늘나라로 가시면 자식들 도와주실 텐데 그것도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사람인가 보다’는 한탄이 나왔다. 그럴 때면 성당을 찾아 ‘나를 힘들게 한다고 어머니를 미워했던 나쁜 딸을 용서해 주세요’라며 눈물로 기도를 드렸다.

요즘 따라 전남 나주에서 어머니와 보냈던 어린 시절이 자주 떠오른다. 쌀밥 한 번 먹어본 기억이 없는 어머니는 먹을 것이 생기면 자식들에게만 먹였다. “엄마는 왜 안 먹어?”라고 어린 자식이 철없이 묻는 말에 “엄마는 너희들 없을 때 많이 먹었어”라고 둘러대던 어머니. 딸 이씨는 “제가 아무리 어머니를 잘 모시려고 해도 어머니가 자식을 키운 정성은 반도 쫓아갈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실까도 알아봤다. 하지만 월 70만 원이나 되는 이용료를 도저히 감당할 길이 없어 포기했다. 얼마 전 재수술을 받고 옆구리 구멍으로 빼냈던 장을 다시 넣었지만 아직도 항암치료를 계속 받고 있어 방 한 켠에는 병원비 청구서가 수북이 쌓여만 간다. 월 60만 원 수입으로는 월세 40만 원 내고 최소한의 생활을 해결하기에도 부족하다.

‘지금 병고에 시달리는 어머니가 훗날 나의 모습’이라는 마음으로 어머니를 병간호하는 딸 이씨의 십자가를 물질과 기도로써 함께 져줄 이들이 필요하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모금기간: 6월 28일(수)~7월 18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