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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여름기획/ 외딴곳으로 가서 쉬자] 강원도 양양 ‘오상영성원’

최용택 기자
입력일 2017-06-27 수정일 2017-06-28 발행일 2017-07-02 제 3051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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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 보석같은 안식처를 만나다
주님께 향한 이 시간, 평화가 흘러넘친다

“예수님께서는 외딴곳으로 물러가 기도하셨다.”(루카 5,16)

날이 점점 더워지면서 여름 휴가를 계획하는 때다.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활기를 되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여름 휴가. 하지만 바다와 계곡 등 사람들이 많이 찾는 휴가지는 언제나 그렇듯 번잡하고, 쉬기보다는 스트레스를 받고 오는 일이 허다하다.

올 여름 휴가는 그동안 우리가 잘 찾지 못했던 깊은 산 속에 자리한 피정의 집에서 보내는 것은 어떨까? 지리산에서부터 설악산까지,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백두대간 깊은 산. 그 속엔 인적이 드물어, 조용히 자연과 함께하며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피정의 집들이 많다. 틀에 박힌 피정 프로그램에서도 벗어나 맘껏 쉬고 기도하며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깊은 산속 피정의 집을 소개한다.

■ 강원도 양양 ‘오상영성원’

설악산 줄기가 동해바다로 향하는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삽존리. 자동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비포장 산길을 2㎞쯤 지나면 오상영성원(원장 이교정 신부)에 다다를 수 있다.

다양한 종류의 소나무로 둘러싸인 오상영성원에서는 풀벌레 소리와 새 소리, 바람소리만 들린다. 멀리 소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바다와 간혹 볼 수 있는 일출은 또 다른 선물이다. 바쁜 일상을 떠나 고독과 침묵 안에서 몸을 쉬며 하느님과 자신을 만나는 시간이 피정이라면, 오상영성원은 피정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오상영성원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피정 프로그램은 없다. 이곳에서는 피정자가 예수 고난회 영성의 중심인 ‘고독’을 체험하고 침묵 안에서 하느님을 만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시간표만 제공한다. 아침기도와 미사, 저녁기도가 바로 그것이다.

나머지 시간은 피정자 스스로 채운다. 피정자들은 자연 속에서 머물며 자신과 하느님을 만날 수 있다. 오상영성원에는 2명의 사제가 상주하면서, 피정자에게 고해성사를 주고 영적 면담을 제공하며 피정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지낼 수 있도록 돕는다.

양양 오상영성원 전경.

피정의 집을 관리하는 민만홍 수사는 “하느님을 만나는 데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필요치 않다”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그저 쉬게 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피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오상영성원 본관에는 성당을 비롯해 개별 화장실이 딸린 7개의 개인실과 면담실, 도서관, 식당 등이 있다. 또 100여m 떨어진 곳에 최대 10명이 한 번에 묵을 수 있는 별채 ‘숲속의 집’이 있어 가족 혹은 소규모 그룹 피정이 가능하다.

특히 오상영성원은 ‘디모테오 순례길’ 중간에 위치해 피정을 하며 순례길을 걸을 수도 있다. 디모테오 순례길은 해방 뒤 공산정권의 박해를 피해 신앙의 자유를 찾아 남하하는 신자들을 돕기 위해 이광재 디모테오 신부가 연 피난길이다.

푸른 소나무 숲에 머물며 아름다운 자연의 소리를 만끽하고, 자신의 내면과 하느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오상영성원은 올 여름 최고의 피정지로 손색이 없을 듯하다.

주소: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 상촌로 518-224

찾아가는 법: 양양터미널에서 6번 버스를 타고 남양리입구에서 하차(25분 소요) 뒤, 수도원 농로를 따라 2㎞ 정도 걸으면 왼쪽에 오상영성원이 보인다.

※문의 033-673-3355

오상영성원 앞마당.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