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
입력일 2017-06-27 수정일 2017-06-27 발행일 2017-07-02 제 3051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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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 경축 이동 (마태 10,17-22)

한국교회는 오늘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 순교의 월계관을 씌워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신부님의 전구로 한국교회가 뜨거운 사랑으로 복음을 실천하여 더욱 자라나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우리도 신부님처럼 예수님을 닮아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생명을 기꺼이 나누는 신앙인이 될 것을 다짐합니다. 이런 오늘 미사의 독서와 복음 말씀은 예수님의 이름 때문에 자신의 생명을 내어놓지 않고서는 결코 주님의 제자라고 불릴 수 없음을 강조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박해를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은 의회에 넘겨지고 회당에서 채찍질 받을 뿐만 아니라, 총독들과 임금들 앞에 끌려갈 것입니다.(마태 10,17) 예수님을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가족들의 미움도 받을 수 있습니다.(마태 10,21) 이 모든 것은 “예수님의 이름” 때문에 벌어지는 일인데, 예수님의 참된 제자라면 스승이신 예수님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증언해야 합니다. 안드레아 신부님께서 젊은 나이에 순교하신 것도 이런 제자로서의 사명 때문입니다.

교회는 신부님처럼 예수님의 이름 때문에 목숨을 바치신 순교자들의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그분들의 피로 양육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신앙인들은 세례를 받으면서 목숨으로 증언하신 신앙 선조들의 증언을 받아들이고, 그분들이 걸어간 십자가의 길에 동참합니다. 하지만 종종 십자가 밑에서 주님의 이름을 증언하며 목숨까지 내어놓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곤 합니다. 배교함으로써 주님의 이름을 더럽히지는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이런 우리에게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마태 10,19)

주님의 제자로 충실히 살고 있다면, 또 주님께서 쓰고자 하신다면 주님께서는 끝까지 나와 함께하시어 힘을 주실 것이라는 말입니다. 박해를 받는 것은 내가 아니라, 주님이시며, 말을 하고 증언하는 것 또한 내가 아니라 아버지의 영이시기에 나는 주님의 도구로 충실히 모든 일에 임하기만 하면 된다는 말씀입니다. 물론, 주님께서 모든 것을 마련해주셨다 하더라도 두려움을 이기고 기꺼이 순교를 향해 나아가야 할 사람들은 우리 자신입니다. 이런 우리들에게 주님께서는 분명히 약속하십니다.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 10,21) 이 말씀은 이미 산상설교에서도 밝히신 바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마태 5,12)

이렇게 보니 주님의 이름 때문에 목숨을 내어놓는다는 것은 아무 의미 없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것과는 다릅니다. 주님의 이름 때문에 목숨을 내어놓는 것은 현세의 삶이 의미 없어서가 아니라, 더 큰 삶의 의미를 위해, 더 큰 행복을 희망하기 때문입니다. 영원한 생명, 하느님 나라에 대한 희망이 있기에 우리는 현세의 삶을 기꺼이 내어놓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오늘 제2독서의 사도 바오로가 이야기하듯이 결코 부끄럽게 되지 않을 것입니다.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그 마음속에 부어져 있기 때문에 결국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더불어 영원히 평화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로마 5,1-5)

사실, 순교를 향한 길은 혼자 걸어가는 길이 아닙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뿐만 아니라 구약과 신약 성경, 교회의 역사에 등장한 무수한 성인들이 걸어갔던 길이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걸어가고 있는 길입니다. 안드레아 신부님 대축일을 지내면서 다시 한 번 각자의 자리에서 스스로의 십자가를 기꺼이 지는 순교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로 다짐합시다. 우리가 안드레아 신부님처럼 십자가의 길에 기꺼이 들어선다면 주님께서는 우리에게도 자신에게 맡겨진 십자가를 질 수 있는 힘과 용기를 넘치도록 주실 것입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