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사회교리 아카데미] 백 분의 일이 아니라 오직 하나!!!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rn1999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의정부교구 파주 교
입력일 2017-06-27 수정일 2017-06-28 발행일 2017-07-02 제 3051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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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 한 사람은 존엄한 인격체
“너희 가운데 어떤 사람이 양 백 마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서 한 마리를 잃으면, 아흔아홉 마리를 광야에 놓아둔 채 잃은 양을 찾을 때까지 뒤쫓아 가지 않느냐?”(루카 15,4)

백 마리의 양이 있습니다.

한 마리가 무리에서 떨어져 헤매고 있습니다.

사랑이 메마르고 인정 없는 주인은 생각합니다.

백 분의 일을 잃었구나.

착하고 어진 주인은 생각합니다.

한 마리를 찾아야 하는데.

겉보기에 평온하고 살만한 이 나라에서

지옥 같은 입시 경쟁에서 낙오되어

감당할 수 없는 노동 강도에 짓눌려서

삶터와 일터에서 자기 탓 없이 쫓겨나서

매일 마흔여섯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두 배 넘는 숫자가 자살을 시도합니다.

오직 자신의 삶만을 생각하는 이는 생각하겠지요.

오천 만분의 사십육, 별것 아니군.

죄 없는 죽음을 애통해하며

생명을 보듬고자 하는 이는 생각합니다.

무려 마흔여섯이 고통과 절망으로 스러졌다고.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릴 수 있는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는 무엇을 했냐고.

쌍용자동차 파업과 살인적인 진압 이후

스물다섯 명이 고귀한 생명을 잃었습니다.

자본과 경제의 노예가 된 이는 생각하겠지요.

오천 만분의 이십오, 경제가 살려면 이 정도쯤이야.

하느님 모습을 닮은 사람의 고귀함을 헤아리는 이는

피눈물 흘리는 심정으로 한탄합니다.

단 하나도 아닌 무려 스물다섯의 값진 생명을

무관심과 침묵으로 죽였다고.

무자비한 용산 철거에서

철거민 다섯 명과 경찰 한 명이 희생되었습니다.

이들 역시 오천만 명 중의 여섯이 아니라,

오직 여섯입니다.

세월호와 함께

삼백넷이 바다 깊이 잠겼습니다.

오천만 분의 삼백넷이 아니라

오직 하나 둘 셋… 삼백넷!

농업을 살려야 한다.

농민을 살려야 한다.

생명을 살려야 한다.

울부짖던 순박한 농민 한 분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졌습니다.

사람의 생명보다 돈을 중시하는

물신(物神) 숭배의 추악한 현실 속에서

구의역에서 비정규직 청년 하나가 온몸 바수어졌고

에어컨을 수리하던 노동자가 추락하여 생사를 달리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한 사람 한 사람 무수히 많은 이들이

그렇게 배척당하고 버려지고 스러지고 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통계 수치로 환원될 수도 없고

어떠한 경우에도 환원되어서도 안 되는

오직 한 사람이며 몇 분의 몇이 아니라 전체입니다.

한 사람을

몇 분의 몇이 아닌

오직 갈림 없는 온전한 한 사람으로

볼 수 있는 이가 참사람입니다.

한 사람을

쓰다가 낡으면 버리는 기계 부속품이 아니라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존엄한 인격체로

보듬는 사회가 참인간 세상입니다.

“가난한 사람이 되시어 언제나 가난한 이들과 버림받은 이들 곁에 계신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믿음은 사회에서 가장 방치된 이들의 온전한 발전에 대한 우리 관심의 바탕이 됩니다.”(「복음의 기쁨」, 186항)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rn1999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의정부교구 파주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