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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Freedom is not free)

윤훈기(안드레아) 토마스안중근민족화해진료소 추진위원
입력일 2017-06-27 수정일 2017-06-27 발행일 2017-07-02 제 3051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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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자유란 무엇일까? 자유란 단순히 ‘뭘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음’보다는 ‘어렵지만 어떤 일을 해야만 할 때 능히 행함’이다. 산에서 내려갈 수 있을 때 내려가는 것보다, 험한 산을 올라야만 할 때 기꺼이 올라감이 자유다. 흐르는 물에 따름보다는 연어처럼 거슬러 올라감이 자유다. 남들 놀 때 공부하는 것이 자유다. 나쁜 행실을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결단이 자유다. 큰 것보다 작은 것에 행복할 수 있음이 자유다. 큰돈 벌 기회를 얻었을 때 더 가난한 이들을 위해 포기하는 것이 큰 자유다. 말종드라마를 보며 닮아가기보다는 조용히 고전을 읽음이 자유다.

어느 현자의 말씀대로 성공한 삶보다는 가치 있는 삶의 추구가 자유다. 예수님도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고 말씀하셨다. 진리 추구는 남이 못 보는 것을 발견하려는 노력이다. 그 길은 힘들지만 자유를 얻게 되고, 불의를 따르기는 쉽지만 종속을 얻게 된다.

더 철학적으로 접근하면 객체성을 넘어 삶의 주체성을 얻어가는 과정이 자유다. 노예처럼 주인 말만 따라 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을 극복해 자기의 주인이 돼 가는 길–자기주권을 되찾음이 자유다.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본이다. 그리스시대에 이미 자유에 관한 이념이 정립됐다. 그 이후는 각 민족이 스스로 자유를 얻어가는 역사였다. 자유는 누가 거저 주는 게 아니고, 자기를 극복하고 책임지는 길을 따를 때 하늘이 천천히 주시는 것이다.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처절한 희생과 고난의 비싼 대가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프랑스대혁명을 보라. 민중의 절규로 얻은 자유는 기득권층들이 제멋대로 세상을 농단하는 방종과는 질과 격이 다르다. 하느님과 사람 사이에도 끈이 있다. 신뢰를 얻으면 끈을 잠시 놓아주시는데, 그때도 언행을 올바르게 하면 더 큰 자유를 얻게 된다.

우리민족은 열강들의 뜻대로 식민지가 됐고 이후 분단과 전쟁도 겪었다. 우리가 아픈 만큼 강대국들은 부자가 됐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그들이 우리를 지켜주기를 바라며 하늘처럼 섬기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민족의 자유를 갈망해야 한다.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을 극복해 가며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지켜나가는 것이 진짜 자유다. 강대국에 질질 끌려다니는 역사의 객체에서 자기 주권을 굳게 지켜내는 주체로 거듭나는 것이 진짜 자유다. 분단된 지 오래된 민족이니 남북이 간섭하지 않고 서로 편하게 사는 것이 자유가 아니고, 어려운 길이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화해하고 다시 하나가 되려는 희생과 노력이 자유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처럼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 약속을 지키기 위해 머물지 않고 밤에도 먼 길을 떠나는 것이 자유다. 그 길은 부당한 분단의 족쇄를 푸는 길이고, 그 약속은 민족화해다. 우리 민족이 하나 될 때 세상이 경탄하고, 하느님의 더 큰 신뢰와 자유를 얻게 된다. 우리는 이제 역사의 노예가 아니고 주체다.

윤훈기(안드레아) 토마스안중근민족화해진료소 추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