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하느님 안에서 기쁨 되찾기] 모든 일이 ‘하느님 뜻’이라니 이해되지 않습니다

황미구 원장(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
입력일 2017-06-20 수정일 2017-06-20 발행일 2017-06-25 제 3050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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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이 계획하시는 일, ‘단순한 우연’은 없습니다

【질문】모든 일이 ‘하느님 뜻’이라니 이해되지 않습니다

항상 무슨 일이나 ‘하느님 뜻’이라고 말씀하시는 신심 깊은 지인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냥 운이 좋거나 자신이 열심히 한 덕분이라고 생각되는데도, 모든 일을 하느님 뜻이라고 합니다. 때로는 나쁜 일인데도 하느님 뜻이라고 말하니, 신심이 깊지 않은 저는 오히려 반발심이 들기도 합니다. 살면서 이런저런 일들에서 무엇이 하느님 뜻이고 무엇이 아닌지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요?

【답변】주님이 계획하시는 일, ‘단순한 우연’은 없습니다

젊은 신부님이 병자성사를 집전하러 가셨다가, 오랫동안 꾸준히 성당을 다니신 어르신에게 여쭈었답니다. “어르신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어찌 아십니까?” 그러자 어르신께서는 흔쾌히 답을 하셨답니다. “제가 80여 년을 살면서 내 뜻대로 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 모두가 하느님 뜻 아니겠어요?”라고 하시더랍니다.

돌아다보면 제가 상담공부를 시작한 계기나, 영국으로 두 번이나 유학을 가게 된 것, 특히 영국의 의과대학에서 공부를 하게 된 것들을 보면 제가 계획했다기보다는 우연한 계기로 한 것들이 많습니다. 제가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았고,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려는 성격적인 특성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기는 합니다.

실제로 진로상담 이론 중에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크롬볼츠(Krumboltz)는 사람의 삶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우연적인 사건들이 개인의 진로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습니다. 또한 계획적으로 이룬 성공이 20% 정도라면, 나머지 80%는 우연한 사건들이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모로토미 요시히코의 「행운에도 법칙이 있다」라는 책을 보면,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의미가 있고, 그냥 일어나는 사건은 없다고 합니다. 그 우연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며, 개인의 인생관과 태도에 따라 다양한 우연들이 발생할 수 있답니다.

특히 이러한 우연은 계획될 수 있고, 이렇게 불러들인 우연은 단순한 우연이라고 말할 수 없답니다. 그렇다면 신자로서 ‘하느님 뜻’을 우리가 미리 계획한다면 ‘계획된 우연’으로 인해 삶의 어느 순간 그 뜻을 알게 될 날이 올 것도 같습니다.

글라써의 선택 이론에서 보면 ‘좋은 세계’(Quality World)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좋은 세계’란 우리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사람, 사물, 환경, 활동, 신념 체계 등의 기억을 사진처럼 저장하는 곳을 말합니다. 즉, 저는 영국에 가면 제가 좋아하는 신발이 있습니다. 저의 ‘좋은 세계’의 사진 속에 그 신발을 저장하며 지내 왔기 때문에, 영국에 어쩌다 가게 되면 그 가게를 들러 쉽게 신발을 사오곤 합니다. 마찬가지로 개인의 ‘좋은 세계’에 ‘하느님의 뜻’이라고 여겨진 구체적인 사진들이 미리 충분히 저장되어 있었다면, 살면서 우연한 기회에 ‘하느님의 뜻’임을 알아보는데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가톨릭 신자로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질 수 있겠습니다. 하나는 ‘내 뜻대로 살아가는 방식’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하느님 뜻대로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물론 내 뜻대로 살아가는 방식이 모두 틀렸다 할 수도 없고, 하느님 뜻대로 살았다 한들 정말 하느님 뜻을 잘 알고 하는 말인지 알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러나 ‘하느님 뜻’이라고 생각하고 산다면 내 삶의 ‘옳고 그름’의 기준 값이 적어도 하느님의 기준 값대로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최종적인 평가야 결국 하느님께서 하실 일이지만,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이 가능하려면 미리미리 ‘하느님의 뜻’을 선명한 사진을 찍듯이 끊임없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언젠가 계획된 우연에 의해 ‘하느님의 뜻’을 알게 될 때까지….

황미구 원장(상담심리전문가·헬로스마일 심리상담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