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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자” 3. ‘2017 생명대행진 코리아’

주정아 기자
입력일 2017-06-20 수정일 2017-06-21 발행일 2017-06-25 제 3050호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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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권리? 그 뒤에 어린 생명의 죽음 있습니다”

나이와 성별, 종교, 지역 등을 넘어 ‘생명 수호’를 위해 한뜻으로 모인 이들이 6월 17일 서울 도심에서 생명대행진을 펼치고 있다. 이날 행진 선두에는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본부장 이성효 주교(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해 어린이와 사제·수도자 등이 나섰다.

“여러분,

생명을 선택하십시오.

생명의 편에 서 주십시오.

생명을 위해 외쳐 주십시오.

생명대행진 함께 걸어 주십시오.”

‘2017 생명대행진 코리아’(March for Life Korea)가 6월 17일 서울시청 앞 광장과 도심 일대에서 펼쳐졌다.

전국 각 지역에서 모인 생명수호운동가들과 시민 700여 명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부터 청계천변과 명동 앞 을지로 도심을 행진하며 가두 캠페인을 진행했다. 올해로 6번째 이어진 생명대행진의 주제는 ‘생명을 택하라! - 낙태 합법화 저지’였다.

이날 참가자들은 나이와 성별, 종교, 지역 등을 넘어 한목소리로 ‘낙태 합법화’ 반대를 외치며, 이른바 ‘낙태 권리’ 뒤에 감춰진 어린 생명의 죽음과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훼손 문제에 관해 널리 알렸다. 특히 참가자들은 낙태 합법화가 아닌 임신·출산·양육 환경 개선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시하고, 이를 위한 첫 단계로 보다 강력한 ‘미혼부 책임법’ 제정을 촉구했다.

생명대행진을 주최한 ‘생명대행진 코리아 조직위원회’(위원장 차희제)는 참여단체 공동명의로 낙태 합법화 반대 공동성명서도 채택하고, 국회의원 등 입법·사법권자들이 올바른 법 개정 및 적용에 나설 것을 요청했다.

공동성명서 참여단체는 사회 각 분야별 프로라이프 단체들과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각 교구별 생명위원회, 꽃동네유지재단,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 (사)낙태반대운동연합,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조계종 구담사 등이다.

공동성명서는 ▲자궁 속 아기와 엄마는 별개의 다른 생명이기에 여성의 자기결정권 주장은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비롯해 ▲태아 제거를 권리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낙태는 태아를 희생시킬 뿐 아니라 여성에게 상처를 입히고 사회적 약자로 만든다 ▲사회경제적 사유를 낙태 허용조항에 포함시키면 낙태의 전면자유화라는 끔찍한 상황이 된다 ▲생명원칙을 어기는 어떤 형태의 낙태법 개정도 반대한다 ▲미혼모 가정에 대한 양육 지원을 늘이고, 강력한 미혼부 양육 책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6개 조항을 담고 있다.

‘생명대행진’은 1970년대 미국에서 시작, 세계 각지에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생명 수호 운동이다. 한국에서는 프로라이프 연합회를 중심으로 2012년 처음 시작됐다.

한편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생명운동본부(본부장 이성효 주교)는 올해 처음으로 생명대행진 전야 행사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과 꼬스트홀에서 마련해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전야미사와 생명토크콘서트로 꾸민 16일 전야 행사는, 개개인의 생명 수호 활동은 단발성 행사가 아닌 영·육간 건강을 위해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실천해야 할 몫이라는데 공감하고 새로운 의지를 다지는 기회로 의미를 더했다.

이성효 주교는 전야미사 강론을 통해 “성은 남녀 간 행위를 넘어서 거룩한 마음을 향한 생명의 탄생이 되기에, ‘생명문화’는 달리 말하면 ‘성(性)문화’이고 이는 ‘성(聖)문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낙태만이 아니라, 낙태를 쉽게 선택하게 만드는 ‘죽음의 문화’가 만연한 사회 현실을 인지하고 변화시켜야 한다”면서 “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생명의 약동이 우리는 물론 우리 사회와 함께할 수 있도록 힘쓰자”고 당부했다.

미사에 앞서서는 황창연 신부(수원교구 성필립보생태마을 관장)의 특강, ‘플레이어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이성효 주교의 색소폰 연주 등으로 진행된 생명토크콘서트가 마련됐다.

황 신부는 ‘생명존중 문화’를 주제로 펼친 강연에서 “개개인이 행복하지 않으니 알게 모르게 쉽사리 ‘죽는다’는 말도 남발하고 아기가 생겨도 쉽게 낙태하는 결과가 이어지곤 한다”고 지적하고 “바로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야 하며, 이를 위해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고 살도록 노력하자”고 조언했다.

‘2017 생명대행진 코리아’에 앞서 올해 처음으로 6월 16일 서울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주교회의생명운동본부 본부장 이성효 주교 주례로 전야미사가 봉헌되고 있다.

6월 17일 ‘2017 생명대행진 코리아’에 참가한 이들이 본격적인 행진에 앞서 낙태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1부 행사 중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오요한(휠체어 앉은 이)씨가 약하고 아픈 생명도 귀하다면서 낙태 반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중증뇌성마비 환자인 오씨는 자신을 버린 어머니도 용서했으며, 자신보다 더욱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할 수 있어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밝혔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