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주님께서 함께 걷고 계십니다 / 한민택 신부

한민택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입력일 2017-06-20 수정일 2017-06-20 발행일 2017-06-25 제 305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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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은 마치 하느님과 함께 하는 숨바꼭질 놀이와도 같습니다. 그분께서 함께 걷고 계시지만, 우리는 그분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어느 순간 그분을 알아보지만, 그분은 이내 우리 눈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성경이 우리에게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진리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주님께서 지금 우리와 함께 걷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처럼 우리의 ‘눈이 가리어’(루카 24, 16) 그분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들은 왜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였을까요?

그것은 스승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절망 속에, 두려움 속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처럼 우리 역시 종종 실패한 과거의 삶에, 비참한 삶에, 슬픔과 절망 속에 마음을 온통 빼앗긴 채 살아갑니다. 예수님께서 꾸짖으신 제자들의 ‘불신과 완고한 마음’처럼(참조: 마르 16,14), 우리 역시 그분의 부활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마음을 닫아걸게 하고, 어둠과 죽음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고개를 떨구게 하고, 새로운 삶의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신앙의 핵심은 부활에 있습니다. 그것은 부활시기에만 잠시 기억하는 사건이 아닙니다. 부활을 신앙한다는 것,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다는 것, 그것은 우리의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며, 우리의 미래를 새롭게 열어젖히는 것입니다. 죄와 악, 죽음과 두려움의 지배에서 벗어난 삶의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인간이 되어 이 세상에 오셔서 우리와 똑같이 사시고, 당신의 고귀한 사랑으로 사람들과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그 사랑으로 죽음을 받아들이신 이유는, 우리를 그 사랑으로 죄와 악과 죽음에서 해방시키시기 위해서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지금 우리에게 열어주시는 새로운 삶을 받아들일 때, 죄와 악, 죽음과 병, 공포와 두려움, 그 어떤 것도 우리를 지배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믿는 그분은 부활하시어 하늘에 오르신 분, 삶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 넘어, 세상 만물을 다스리시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참조: 에페 2,19-21)

다만 그분의 사랑에 마음의 문을 열라고 하십니다. 집착하기를 그치고 존재 전체를 개방하라고 하십니다. 십자가 위 예수님에게서 죽음을 물리치는 감미로운 사랑, 공포와 절망의 고통을 아침 이슬 녹이시듯 없애시는 그분 사랑의 힘에 마음을 기대라고 하십니다.

주님께서 함께 걷고 계십니다. 우리의 부족한 믿음을 북돋아주고, 완고한 마음을 변화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주님께 모든 것을 맡겨드립시다. 그분께서 모든 것을 주관하시며, 모든 것이 그분의 계획 안에 있습니다.

주님은 우리 각자를 향한 엄청난 계획을 갖고 계십니다. 우리의 삶을 그분 계획에 맡겨드리고, 살면서 겪는 모든 것들을 주님께 봉헌할 때, 우리 믿음의 눈이 열리고, 마음이 사랑으로 뜨겁게 타오를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잠시 소풍을 나온 ‘종말론적 공동체’임을 기억하며 서로 기대며 앞으로 나아갑시다.

한민택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