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 한민택 신부

한민택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입력일 2017-06-13 수정일 2017-06-13 발행일 2017-06-18 제 304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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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 빈곤, 사업 실패, 전쟁, 갈등, 분열, 폭력, 상처, 병, 죽음…. 우리의 행복한 삶을 위협하고 미래를 어둡게 하는 수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어깨를 늘어뜨린 채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모든 희망이 사라져버린 것일까요? 결국 하느님은 우리의 바람에 응답하시지 않는 것인가요?

어쩌면 우리는 스승을 잃고 절망 속에서 빈 무덤을 찾아 헤매는 제자들과 같은 처지일지 모릅니다.

“어찌하여 살아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루카 24,5)

그들이 찾던 ‘죽은 예수님’은, 모든 것을 버리고 그분을 따랐던 그들의 ‘실패한 삶’을 의미했습니다. 그들은 실패와 절망, 좌절과 슬픔 속에 파묻힌 채 무덤가를 서성이고 있었기에, 고개를 들어 새로운 희망을 바라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혹시 우리는 밤새도록 아무것도 잡지 못한 ‘일곱 제자’(요한 21,1-14)와 같지 않을까요? 절망 속에서 그물질을 하던 그들에게 밝아오는 새벽은 그들의 목을 죄어오는 그물과도 같았을 것입니다. 절망 속에서 이대로 삶이 끝나버릴 것이라고 여기던 그들은 물가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말씀을 건네시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반대로 성경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놀라운 반전이 우리 삶에 마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마르 12,10-11)

이 말씀 앞에서 우리는 어리둥절해 하고 있습니까? 놀랄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성경은 말합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입니다. 우리 삶이 이대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우리 안에서 당신의 놀라운 일을 하신다고 말입니다. 가장 희망이 없다고 느끼는 곳, 실패로 끝나버린 것 같은 우리들 삶, 그 끝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는 기나긴 시련의 터널, 우리 가슴속을 아프게 후벼 파는 대인관계들, 바로 그곳이 하느님께서 우리와 새로운 일을 계획하는 곳이라고 말입니다.

성경은 그 반전이 ‘믿음’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믿는다는 것, 그것은 우리 안에 놀라운 일을 행하시는 그분을 믿고 맡겨드리는 것입니다. 그분께 기대는 것이며, 든든함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그분의 계획 안에 있음을 믿고, 고개를 들어 용기를 내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바로 거기서 하느님의 놀라운 힘이 우리의 삶을 새롭게 변화시키실 것입니다.

예, 그분께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와 함께 걸으시며 강한 힘으로 당신의 놀라운 일을 행하십니다. 믿음을 청합시다. 그분께 모든 것을 맡겨드릴 수 있는, 알 수 없는 미래를 맞닥뜨릴 수 있는 용기를 청합시다. 조심하십시오. 놀랄 준비를 해야만 할 것입니다.

한민택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