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 작은 침묵으로
죽음보다도 더 무섭고 깊은 슬픔으로
밀려오는 것이 바로 나의 무디어짐입니다.
술에 취한 듯 세상의 혼란에 빠져 마비된 온 감각으로
매 순간 새롭게 나의 곁으로 오셔서
보여주시고 들려주시고 안아주시고
기도하시며 항상 함께하셨던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허수아비처럼 살아온
이 불쌍한 죄인을 용서하소서.
그 무디어짐으로 점점 딱딱해지고
가시덤불로 휩싸인 나의 밭에서
어찌 주님의 말씀과 사랑이 싹트고 성장할 수 있었겠는가!
지금 이 순간도 더욱더 크신 십자가 고통의 신음으로
나를 위해 기도하시며 내뿜으시는 그 뜨거운 사랑의 기운이
내 안에 깊게 스며듦을 느낍니다.
당신의 크신 사랑과 뜻으로
나의 마음에 성령을 불어넣어주시어
다시 눈을 뜨고 무디고 딱딱해진 허물과 죄들을 부수어
촉촉한 흙으로 변화시켜 주시고
나의 온 감각들을 새로이 살아나도록 치유시켜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당신께서 비춰주신 그 빛으로
내 안에 작은 허물도 잘 볼 수 있게 하시고
고통받고 신음하며 울부짖는 이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시며
매 순간 넘치도록 내려주시는 당신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하시어
언제나 항상 잊지 않고 오로지 당신 뜻대로 살게 하소서.
이제 긴 잠을 자고 일어난 개운한 느낌으로
새롭게 태어나게 해 주신 나의 주님, 나의 아버지께 감사드리며
항상 깨어 주님과 함께 하며
나의 생각보다 주님의 생각을, 나의 일보다 주님의 일을 잘 하는
행복한 깨어있는 종으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작은 겨자씨의 희망을 마음 깊이 안아봅니다.
성령님이시여, 제 영혼이 다시 잠들지 않고
시들지 않고 무디어지지 않도록 불같은 성령의 기운으로
저를 항상 감싸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