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의미
히브리어로 야드는 ‘손’이라는 뜻도 되고 ‘팔’이라는 뜻도 된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쓰기 때문에 야드를 우리말로 ‘발’로 옮겨야 될 때가 있다. ‘개들의 야드’는 “개들의 발”(시편 22,21)인데, 더 정확히 하자면 ‘앞발’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의 손처럼 야드는 쓰임새가 다양한 말이다. 우선 야드는 지역적으로 ‘주변부’를 가리킨다. 그래서 ‘에돔의 야드를 따라간다’는 “에돔 땅을 따라간다”(민수 34,3)는 뜻이고 ‘야뽁 강 야드 전체’는 “야뽁 강 주변 전역”(신명 2,37)이란 뜻이다. 야드에는 ‘비석’이란 뜻도 있다. 압살롬이 세워서 “압살롬의 비석”(2사무 18,18)이라 부르는 것은 ‘압살롬의 야드’이다. 바퀴살을 잡고 있는 “바퀴 축”(1열왕 7,32)은 ‘바퀴의 야드’이다. 남성의 성기를 에둘러 야드라고 부르기도 했다. 야드에는 ‘곱절’이란 뜻도 있다.
벤야민이 받은 ‘다섯 야드’의 몫은 ‘다섯 배’나 많은 몫이었다.(창세 43,34) 야드에는 ‘부대’라는 뜻도 있다.(2열왕 11,7) 히브리어 성경에 1600회 이상 나오는 야드는 이밖에도 관용구나 복합전치사 등에 무척 다양하게 쓰인다.
■ 권능
하느님의 야드, 곧 ‘하느님의 손’이나 ‘하느님의 팔’은 하느님의 크신 권능을 뜻하는 말이다. 그래서 야드를 직접 ‘권능’으로 옮기기도 한다. 일찍이 이집트 탈출 때 모세는 파라오에게 “주님의 야드(손)”가 흑사병으로 칠 것이라고 경고했다.(탈출 9,3) 갈대바다가 파라오의 병거와 기병을 삼키자 “이스라엘은 주님께서 이집트인들에게 행사하신 큰 야드를(큰 권능을) 보았다.”(탈출 14,31) 엘리야도 이사야도 주님의 야드(손)에 붙잡힌 체험을 하였다.(1열왕 18,46; 이사 8,11)
유배에서 돌아오는 에즈라를 돌보아 주신 것도 ‘주님의 야드(손길)’였다.(에즈 7,9) 욥은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주님의 야드(손)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지혜를 들려준다.(욥기 12,9) 성체 성혈 대축일에는 “실상 주님의 야드에(손에) 잔이 들려 있으니 / 향료 가득한 거품 이는 술이라네”(시편 75,9)라는 시편을 묵상해도 좋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