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영원한 생명 주는 참된 양식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
입력일 2017-06-13 수정일 2017-06-13 발행일 2017-06-18 제 3049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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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요한 6,51-58)

오늘은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입니다. 십자가 위에서 당신의 몸과 피를 기꺼이 내어 주신 예수님을 기억하며, 빵과 포도주의 형상으로 다가오시는 그분의 몸과 피를 매일 같이 먹고 마심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었음을 기뻐하는 날입니다. 말씀이신 예수님의 몸과 피야말로 우리 모두를 영원히 살게 하는 참된 양식입니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에게서 오는 말씀으로 산다는 신명 8,3의 말씀처럼 말씀이신 그분의 몸과 피는 우리가 매일 같이 청해야 할 일용할 양식입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 점입니다.

먼저, 오늘 1독서에서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사십 년 동안 길을 잃고 헤매게 된 것은 하느님의 계획에 따른 것이었고,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당신의 계명을 지키는지 시험하시려고 그들을 광야에서 굶주리고 목마르게 하셨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다가 광야를 사십 년간 헤매게 됩니다. 하지만 신명기는 하느님께서 이런 이스라엘마저 사랑하는 분이심을 강조합니다. 하느님은 이스라엘의 범죄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들에게 만나를 내려주시며, 차돌 바위에서 물을 솟아나게 해 주십니다. 이 모든 것은 이스라엘이 더 이상 이집트 땅에서 먹던 고기와 빵에 속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에 귀 기울이며 주님의 계명을 따라 걷는 것만이 참으로 영원한 생명의 땅에 이르는 길임을 일깨워주기 위함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계획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사십 년 동안 광야 생활을 하다가 드디어 여호수아의 손에 이끌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들어갑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은 여전히 불완전했습니다. 판관 시대에는 이방 부족들 때문에 힘든 삶을 살아야 했고, 다윗과 솔로몬 시대에 약속된 땅을 잠시 차지하기는 하였으나 나라가 분열된 뒤 이내 다시금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북 왕국은 아시리아에 의해, 남 왕국은 바빌론에 의해 멸망하는 수모를 겪은 것입니다.

성경은 이스라엘의 이런 상황이 모두 이스라엘의 범죄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하느님께서는 성실하시어 약속을 잊어버리는 분이 아니시기에 자비를 베푸시어 그들을 젖과 꿀이 흐르는 곳, 먹을 양식이 가득한 약속의 땅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하느님의 자비는 예수님에게서 온전히 드러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신이 바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내려주신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임을 밝힙니다. 이제 우리는 세례로 죄를 용서받고,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며,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땅, 곧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것입니다. 아니, 예수님의 살과 피를 매일 같이 먹고 마심으로써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생명을 이미 지금 선취해서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예수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것이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힙니다. 예수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것은 세상 모두의 구원을 위한 것입니다. 곧, 우리가 축복의 잔을 마시고 그리스도의 빵을 떼어 나누어 먹는 것은 우리도 그리스도의 몸과 피에 동참하여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우리의 몸과 피를 기꺼이 내어놓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다른 이도 우리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심으로써 우리가 걷는 그리스도의 길에 동참함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예수님의 몸과 피를 함께 먹고 마시는 이들, 예수님이라는 하나의 빵을 쪼개어 나누어 먹는 이들입니다. 오늘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을 기념하며, 다시 한 번 우리를 위해 기꺼이 당신의 몸과 피를 나누어주신 주님께 감사드립시다. 그러면서 우리 역시 그리스도를 닮아 자신의 몸과 피를 남에게 기꺼이 내어주는 참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도록 합시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