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신앙살이 세상살이] (389) 좋은 사제와 좋은 신학생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입력일 2017-06-13 수정일 2017-06-14 발행일 2017-06-18 제 3049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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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지방의 어느 교구 선배 신부님과 만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그 신부님은 본당 신학생과 함께 나왔습니다. 그런데 아직 방학이 아닌데 본당 신학생이 외출을 한 상황에 갸우뚱하며 그 신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신학교가 아직 방학이 아닌데…. 지금 어떻게 나오셨어요?”

그러자 선배 신부님이 웃으며,

“우리 신학생 요즘 힘들어. 그래서 신학교 휴학을 하고 좀 쉬는 중이야. 그런데 나는 우리 신학생이 자기 성소에 고민을 하고, 자기 성장에 발버둥 치는 모습이 기특하고 좋아. 좋은 고민은 하는 만큼, 좋은 삶에 눈이 떠지는 거잖아.”

선배 신부님은 말끝마다 ‘우리 신학생, 우리 신학생’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본당 신부님이 본당 신학생과 함께 아파하는 그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선배 신부님을 바라보며 장난기 어린 말투로 물었습니다.

“혹시 본당 신부님이 우리 신학생에게 없는 고민을 만들어 준 후에, ‘고민 좀 해라, 고민 좀 해’하며, 힘들게 괴롭히는 건 아닌가요, 하하하.”

“그럴지도 모르지. 본당 신부가 잘 못 사니까 우리 신학생이 마음속으로, 이 길, 계속 가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는지! 하여튼 사제 서품을 일찍, 빨리 받아서 좋을 게 뭐 있어. 자기 내면과 세상을 보며 고민하며 사는 것이 중요하지, 우리 신학생, 안 그래?”

우리의 이야기를 웃으며 듣고 있는 신학생은 머리를 긁으며,

“저는 본당 신부님께 감사드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실은 신학교 생활에 회의가….”

순간 옆에 있던 본당 신부님은 신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괜찮다’는 말만 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신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 갈등을 안 해 본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어떤 것이 힘드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신학생은,

“그게…. 사실은,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신학생다운 삶인지를 모르겠습니다. 규칙과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시간에 따라 이를 악물고 사는 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대충대충 주변 눈치를 보면서 한 학기, 한 학기를 마치며 사는 것이 현명하고 지혜롭게 사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해답은 찾았어요?”

“사실 신학생으로서 철저히 사는 것이 정답 같은데 한평생 그렇게 살기는 두렵고….

그렇다고 대충대충 살기에는 이건 아니다 싶고. 그래서 자신이 없어요.”

갑자기 본당 신부님은 전화가 온 것 같지도 않는데, 중요한 전화가 왔다면서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그래서 우리 두 사람은 편안하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나도 사제로는 얼마 살지 않았지만, 그 신학생의 고민은 모든 신학생이 겪는 고민과 절규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신학생 때에 광폭의 갈등을 가지는 것도 그 시절을 겪는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해 봅니다.

어느덧 대화가 마무리가 될 즈음, 본당 신부님은 귀신같이 들어옵니다. 나는 그 두 사람이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왠지 신학생이 좋은 고민, 좋은 갈등을 한 후에 결국은 그 옆에 있는 마음 넉넉한 선배 신부님을 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신부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신학생이 결국은 예수님을 닮아가는 좋은 사제직의 꿈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