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펀펀 사회교리] (24) 나 군대 안 갈래! ④

백남해 신부 (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
입력일 2017-06-13 수정일 2017-06-13 발행일 2017-06-18 제 3049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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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사 무시 ‘징병제’ 논란 여지 많아

“스텔라씨는 남자들 군대 이야기가 지루하시죠. 그렇지만 남자들에게 군대 이야기는 특별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시기에 가장 억압적인 조직 속에서 고통받아야 했기 때문에 이야깃거리가 많을 수밖에 없죠. 사실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사람은 공감대 형성이 안 되기 때문에 지루할 것이고,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은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과거의 고통마저도 재밌는 이야기로 만들어서 미화시키고 고통을 잊으려고 몸부림치죠. 그건 군대 다녀온 사람들이 오랫동안 다시 군대 끌려가는 꿈을 꾸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만큼 고통스러운 군대 생활을 입으로 푸는 것이죠. 그러니 지루해도 이해해 주세요.”


백 신부의 약간 이상하지만 그럴듯한 이론에 스텔라는 반박하지 못하고 어색한 웃음으로 받아 준다. 베드로가 신이 나서 자신의 군대 생활 무용담을 스텔라에게 자랑하려는 순간 백 신부가 말을 낚아채며 이어간다.



“세계적으로 한 국가나 한 민족이 두 개의 정부로 맞서서 전쟁 태세를 갖추고 있는 곳은 많지가 않습니다. 우리나라와 대만, 중국, 수단 정도이고. 세계의 화약고라 불리는 중동은 민족과 종교, 테러, 석유에 따른 경제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서로 싸우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들 외에도 당장 눈앞에 위험은 없지만, 국가와 자신들의 가족을 지키고 미래의 평화를 위하여 거의 모든 나라들이 군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군대의 기본인 군인을 모집하는 방법은 알다시피 모병제와 징병제가 대표적입니다. 지원자를 받아서 대체로 충분한 보상을 해주는 직업 군인 성격이 강한 모병제와 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국가의 필요에 따라서 강제 징집하여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못하는 징병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징병제를 기본으로 하지만 부사관이나 장교들은 지원자를 받고 시험을 치릅니다. 그리고 직업적으로 군복무를 할 수 있도록 생활을 보장해줍니다. 모병제도 병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남자들은 군복무가 의무이기 때문에 완전한 모병제는 아닙니다. 차라리 군 복무 의무가 없는 여성들이 직업으로 군대를 가는 것을 모병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혹시 스텔라씨는 군대 갈 생각해보지 않으셨어요?”




쓰잘데기 없는 호기심으로 백 신부가 엉뚱한 질문을 한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온다.


“아, 예 신부님…. 사실 저도 군대 지원할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뭐랄까…. 좀 멋있지 않습니까? 제복에 절도 있는 생활,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삶…. 멋지지 않습니까?”


“어, 스텔라씨 의왼데요. 차분하고 조용히 일만 하는 스타일이라….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한다니까요. 저는 스텔라씨 생각을 지지합니다. 아주 멋지십니다.”


베드로가 점수를 따려고 치고 나오자 백 신부는 어이없는 듯 피식 웃으며 말한다.


“어쨌든 징병제 하에서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가 무시되기 때문에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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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해 신부 (요한 보스코·마산교구 사회복지국장)rn마산교구 소속으로 1992년 사제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