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사회교리 아카데미]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에 거는 기대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rn1999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의정부교구 파주 교
입력일 2017-06-13 수정일 2017-06-13 발행일 2017-06-18 제 3049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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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질서 보전’은 그리스도인 사명
지난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업무지시 5호로 4대강 사업 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지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4대강 사업 결정 및 추진 과정에서의 비리 여부를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2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78.8%가 정책감사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는 ‘개발만능주의라는 정신적인 후유증’과 ‘경제적 이익을 위한 무자비한 생태계 파괴’라는 죽음의 문화를 낳은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새 정부가 국민의 성원에 힘입어 4대강 사업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넘어 죽어가는 4대강의 재자연화에 기틀을 놓기를 기대하면서 창조질서 보전이라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습니다.

■ “땅은 너 때문에 저주를 받으리라”(창세 3,17)

창조주 하느님과 그분이 보시기에 좋았던 온갖 피조물, 그리고 하느님 모습을 닮은 사람이 함께 지냈던 에덴동산은 ‘낙원’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사람의 죄로 말미암아 에덴동산은 ‘실낙원’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탐욕은 사람만이 아니라, 아름다웠던 피조세계마저 황폐화시켰습니다(창세 2-3장 참조). 이에 더하여 노아 시대에 사람의 죄악과 탐욕은 극에 이르러, 하느님께서는 “내가 사람들을 만든 것이 후회스럽구나!”라고 탄식하시며, 대홍수를 통해 세상을 벌하셨습니다. 다만 선한 노아 덕분에 세상의 완전한 파멸은 막을 수 있었고, 하느님과 사람, 모든 생명체가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창세 6-9장 참조). 예언서도 사람의 행위에 의한 환경의 재앙을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죄악이 난무하는 곳에 땅은 통곡하고 들짐승과 새와 물고기마저 죽어갑니다(호세 4,1-3 참조). 이처럼 성경은 사람의 죄악이 사람에게만 머물지 않고 온 피조세계를 죽음으로 몰고 감을 증언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22)

“자연환경은 우리가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원료 이상으로 소중한 창조주의 놀라운 작품”으로서 “하느님께서 모든 이에게 주신 선물”(진리안의 사랑, 48항)입니다. “만물을 만드신 분은 하느님이시고, 만드신 실체 하나하나를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 ‘참 좋았던’ 이 피조물의 정점에 하느님께서는 인간을 세우셨습니다. 모든 피조물 가운데 오직 인간만이 ‘하느님의 모습으로’ 지어졌습니다. 주님께서는 모든 피조물을 인간의 책임에 맡기시고, 인간에게 그것들을 조화롭게 발전시키며 돌볼 임무를 맡기셨습니다.”(「간추린 사회 교리」 451항) 하지만 사람들은 자연을 무분별하게 착취하여 파괴시켰습니다. “인간은 세계에서 하느님의 협조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대신, 부당하게 하느님의 자리에 자신을 올려놓으며, 이렇게 인간은 자연의 반항을 자극하고, 자연을 다스리기보다는 학대합니다.”(「백주년」 37항) 그리하여 “지구상의 여러 나라와 지역의 수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책임 있게 관리할 의무를 무시하거나 거부하는 다른 많은 사람들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환경 파괴는 흔히 장기적인 정책들의 결여나 근시안적인 경제 이익 추구에서 기인하고, 결국 이는 피조물에 비극적이고 심각한 위협이 됩니다.”(제43차 「평화의 날 담화문」 7항) 이러한 우려가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 바로 4대강 사업입니다.

■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그것들을 먹여 주신다”(마태 6,26)

예수님의 말씀처럼 하느님께서 당신의 모든 피조물을 곱게 가꾸시기에, 하느님을 닮은 피조물로서 창조주와 다른 피조물들 사이의 중재자로서 역할을 부여받은 사람은 이기적인 탐욕을 채우려는 마음을 버리고,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야 합니다. 따라서 이제 모든 사람들은, 특히 창조질서 보전이라는 임무를 자각하는 그리스도인들은 “발전의 모델로 삼아왔던 경제성과 효율성과 투자 이윤 중심의 구조들을 반성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며 “더 편하게 살고, 더 많이 누리려는 탐욕을 넘어 자발적인 불편을 선택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공동체”(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2015년 환경의 날 담화문)를 만들기 위해 헌신해야 합니다.

상지종 신부(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장)rn1999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의정부교구 파주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