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양식의 성전… 큰 규모와 화려함 뽐내
문화의 도시 런던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뿐 아니라 크고 작은 성당들이 산재해 있다. 그 성당들은 마치 작은 박물관처럼 보인다. 대부분의 성당에는 교회와 관련된 유물을 보존하고 전시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큰 성당에는 지하나 부속 건물에 박물관을 만들어 교회의 오랜 역사를 사람들에게 보여준다. 이것은 문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 복음을 선포하는 문화 선교의 한 방편이기도 하다.
런던에는 가톨릭과 성공회 성당들이 많은데 가장 돋보이는 곳이 성공회 소속인 ‘세인트 폴 카테드랄’(St. Paul’s Cathedral), 즉 ‘성 바오로 대성당’이다. 이 성당은 큰 규모와 화려함 때문에 바티칸에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과 자주 비교된다. 성 바오로 대성당은 영국의 건축가이며 천문학자인 크리스토퍼 렌(Christopher Wren·1632~1723)의 설계로 1675년 착공해 1711년에 완공했다. 바로크 양식의 석조 건물인 이 성당은 길이 158m, 폭 75m, 높이 111m이다. 이처럼 큰 성당을 불과 35년 만에 완성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설계한 런던의 52개 성당 가운데서 성 바오로 대성당은 대표적 건물로 꼽힌다. 이미 이곳에는 오래 전에 여러 차례나 지어진 성당들이 있었다. 가장 오래된 교회는 604년에 목조로 지어졌는데 사도 바오로에게 봉헌됐다. 이 성당은 7세기 말에 석조 건물로 다시 건립됐지만, 화재로 소실되자 재건축 과정을 통해 규모가 더욱 확장됐다. 1300년에는 고딕 양식의 (구)성 바오로 대성당이 있었지만 1666년 런던 대화재 사건으로 전소되고 말았다. 1675년 크리스토프 렌의 설계로 공사가 진행돼 현재의 대성당이 완공됐다. 성당의 건축이나 역사와 관련된 모든 자료는 지하 경당과 박물관에 잘 전시돼 있다. 그러나 이 성당은 바티칸 대성당처럼 언덕이 아니라 시내를 관통하는 템스 강변 평지인 도심에 자리 잡고 있다. 성당의 건축 규모에 비해서 앞 광장은 매우 협소하다. 성당의 외부 계단을 내려오면 동상이 서 있는 좁은 광장이 있고 그 둘레에 차도가 있다. 도로 주변에도 상가가 밀집해 있어 성당 전면을 제대로 조망하거나 광장을 거닐면서 명상하는 것이 쉽지 않다. 광장은 큰 건물이 숨을 쉴 수 있는 허파와 같지만 주변 건물에 갇힌 이 성당은 매우 답답해 보인다.정웅모 신부 (서울대교구 주교좌성당 유물 담당)rn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87년 사제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