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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청각·지적 장애인 김도연씨, 도예전 입상으로 새 희망 꿈꾸다

조지혜 기자
입력일 2017-06-05 수정일 2017-06-05 발행일 2017-06-11 제 3048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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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장애인 김도연(오른쪽)씨가 도자기교실에 참여해 도예작품을 만들고 있다.

“들리지 않은 시간 35년. 보이지 않은 시간 8년. 사람들과 눈 마주치며 인사하고 싶었다. 할 수 없었다. 어느 날 내 손을 잡고 사람들이 말을 걸었다. 도자기 빚는 법을 가르쳐줬다. 도자기를 만들었다. 그 작품 때문에 뭔가 좋은 일이 있는 것 같다. 기쁘다.”

김도연(니콜라오·35·서울 역촌동본당)씨는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적장애가 있는 중복장애인이다. 볼 수도 말할 수도 없다. 하지만 김씨에게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서울특별시립평화로운집(대표 유진선, 이하 평화로운집)과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관장 김동성)의 도움으로 세상과 소통할 길이 열렸다. 김씨는 올해 열린 국제장애인도예공모전에 ‘내가 좋아하는 티타임’을 제목으로 도예작품을 출품해 창작부문에서 입선하는 성과를 올리며 세상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김씨는 2015년부터 평화로운집과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의 도움으로 도자기교실에 참가했다. 평소 사람을 좋아하고 의욕이 많은 김씨를 보며 담당 사회복지사 이영애씨는 “김씨를 도울 방법을 찾던 중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김씨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알려왔다”고 했다. 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은 도자기교실을 제안하며 이동과 수화통역까지 지원해줘 김씨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었다.

도자기교실에 참여한 뒤 김씨는 말이 많아졌다. 담당 사회복지사 이씨는 “도연씨가 도자기 만들러 가는 것을 기다린다. 다녀오면 무엇을 만들었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밝은 표정을 지으며 수화로 전한다”며 김씨의 반응을 밝혔다. 또 김씨는 주1회 실시하는 도자기공방 실습에 참여하면서 새로운 과제가 나오면 “혼자 해 보겠다”며 적극성을 보이기도 한다.

김씨는 세상과 소통을 위해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한글을 배우는 것이다. 점자를 배우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지만 청각장애로 인해 그것이 여의치 않다. 그래서 주 2회 시립서대문농아인복지관을 다니며 한글을 배운다. 한글을 배운 지 1년이 지난 지금 한글로 자신의 이름을 쓴다. 목표는 한글로 필담을 나누는 것이다.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