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생태칼럼] 미세먼지 속 ‘정의’ 문제

조현철 신부 (예수회) 녹색연합 상임대표rn
입력일 2017-06-05 수정일 2017-06-05 발행일 2017-06-11 제 3048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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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6월, 한해의 반이 지나고 있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웠던 환경문제는 두말 할 것 없이 미세먼지였다. 절기로 봄이 왔어도, 새순이 오르고 꽃도 피어도, 영 봄 같지 않았다. 뿌연 날씨로 화사한 벚꽃도 그 빛을 잃었다. 입에선 먼지 냄새가 났고, 길거리에선 마스크 얼굴이 일상이 됐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미세먼지가 수명을 감축한다는 연구 결과도 종종 보도되고 있다. 헌데, 지난 3월 서울의 공기는 뉴델리 다음으로 세계 최악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미세먼지 상태가 나아졌다. 맑은 하늘이 자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미세먼지의 배출원 감소가 아니라 공기의 흐름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배출원이 줄지 않으면, 미세먼지는 언제고 다시 찾아오게 마련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미세먼지의 국내 요인이 50~7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중국을 비롯한 국외 요인이다. 국내에서는 석탄화력 발전과 경유차가 주요 배출원으로 꼽힌다.

지난 3월 25일, 세계 최대 규모의 석탄 발전 단지인 당진에서 ‘브레이크 프리(Brake Free)’ 캠페인이 열렸다. 전국에서 모여온 시민들이 미세먼지와 기후변화의 주범인 석탄 발전 ‘그만’을 외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더’를 외쳐 왔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운행 중인 석탄발전소가 59기, 건설 중인 것이 6기, 건설 계획인 것이 9기다. 노후 발전소를 폐쇄한다지만, 신규 설비용량이 폐기 예정의 용량보다 5배나 많다.

다행히 에너지 정책의 흐름이 바뀔 조짐이 보인다. 새 정부는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8기를 올해는 6월 한 달간, 내년부터는 3~6월 동안 가동을 중단하도록 했다. 이른 시일 안에 미세먼지 대책기구가 설치될 것 같다. 지자체도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27일, 미세먼지 해법을 찾기 위해 시민 3000명이 참여하는 시민 대토론회를 광화문 광장에서 열었다.

한편, 미세먼지에는 다른 생태 문제에서와같이 정의 문제가 들어있다.

첫째, 개인적 차원의 불평등이다. 우리는 미세먼지의 위험에 똑같이 노출되지만, 그 위험에 대처하는 능력은 서로 다르다. 부자는 공기청정기로 공기를 정화시킬 수 있고, 밖에 나가지 않을 수 있고, 밖에서는 자기 차로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다. 가난한 사람은 그렇게 할 수 없다. 생계를 위해 필요하면, 미세먼지가 아무리 심해도 밖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 헌데, 누가 더 미세먼지의 발생에 책임이 클까?

둘째, 지역적 차원의 불평등이다. 미세먼지는 수도권에 영향을 끼치면서 본격적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석탄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미세먼지로 큰 불편과 피해를 겪어 왔다. 수도권 주민과 지방 주민이 평등하다고 할 수 있는가?

셋째, 국제적 차원의 불평등이다.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국인 중국의 미세먼지 배출량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어떤 과정에서 배출되는지, 그 과정에서 어느 나라가 수혜자이고 어느 나라가 피해자인지 묻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렇게 미세먼지 문제에는 불평등이라는 정의의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생태적 접근은 가장 취약한 이들의 기본권을 배려하는 사회적 관점을 포함”해야 한다(「찬미받으소서」 93항). 미세먼지에 대해서도 가난한 이들의 형편을 충분히 고려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조현철 신부 (예수회) 녹색연합 상임대표r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