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선교지에서 온 편지 - 남수단] 뎅딧 의사 선생님

이상권 신부
입력일 2017-05-30 수정일 2018-01-22 발행일 2017-06-04 제 3047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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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나 뎅딧」. 아마 이 책을 읽으신 분이시라면 ‘뎅딧’이 무슨 뜻인지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뎅딧은 바로 ‘큰 비’라는 뜻입니다. 아부나 뎅딧은 수원교구의 첫 남수단 선교사이셨던 한만삼 신부님께 아강그리알 신자들이 붙여준 이름입니다. 아프리카 땅에 큰 비가 얼마나 큰 도움이고 희망이겠습니까. 그처럼 첫 선교사이셨던 신부님들은 이들에게 ‘큰 비’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아강그리알 사람들이 ‘뎅딧’이라 부르는 분이 계십니다. 바로 조원제(요셉) 의사 선생님이십니다. 의사로서 생업에서 은퇴한 후 하느님 사랑을 실천하시기 위해 남수단 아강그리알에 오신 지 벌써 4년 반이 지났습니다. 정말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요셉 선생님께서는 아강그리알 뿐만 아니라 주변 모든 마을 사람들에게 ‘큰 비’가 되어 주셨습니다.

요셉 선생님이 아강그리알에 오시기 전 아강그리알 진료소 ‘판아킴’은, 의사의 집이라는 이름에 맞지 않게 사실은 의사 선생님이 없는 진료소였습니다. 요셉 선생님께서 오신 이후 비로소 진짜 ‘판아킴’이 되었습니다.

아강그리알 진료소에는 매일 적게는 50여 명에서 많게는 100여 명의 환자들이 찾아옵니다. 총상 환자에서부터 악어에 물린 환자까지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응급환자들이 정말 많습니다. 환자들은 아강그리알 뿐만 아니라 걸어서 꼬박 하루 걸리는 마을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있습니다.

조원제씨(오른쪽 두 번째)가 선교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 번은 어떤 나이 많은 아주머니께서 찾아오셨는데, 룸벡 근처 마을에 사는 분이었습니다. 룸벡에 가면 큰 병원이 있고, 아강그리알로 오는 길에 있는 쉐벳에도 NGO에서 운영하는 큰 병원이 있는데, 숲속 마을의 작은 진료소로 찾아온 것입니다. 그만큼 아강그리알 진료소의 소문이 그 멀리까지 퍼져 나간 것입니다. 사실 아강그리알 진료소에 대한 소문이라기보다 요셉 선생님에 대한 소문이라는 말이 정확할 것입니다.

병원도 부족하고 의사 선생님은 더더욱 부족한 남수단에서 아강그리알은 정말 축복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을 사람들 뿐만 아니라 함께 사는 저희 선교사제들에게도 요셉 선생님은 든든한 동반자였습니다. 언제까지나 함께 계실 것만 같던 선생님께서 떠나시고 나니 ‘판아킴’은 물론 사제관도 적막해 보입니다.

요셉 선생님은 환자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큰 희망이 됐습니다. 전에는 ‘신부님이 되고 싶어요’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의사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아졌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미래를 꿈꾸게 해주셨습니다. 이 아이들이 꿈꾸는 미래의 의사 선생님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것은 분명 요셉 선생님이 보여주신 봉사의 삶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아이들에게 사제를 꿈꾸게 하는 그런 선교사로 남고 싶습니다.

아강그리알 사람들에게 ‘큰 비’였던 요셉 선생님이 떠나고 이곳 남수단은 우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저 멀리서 구름이 큰 비를 몰고 오네요. 하느님께 다시 한 번 큰 비를 내려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큰 비’를 내려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아강그리알은 또 다른 ‘사랑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그동안 아강그리알 ‘판아킴’에서 사랑으로 의술을 베풀어주신 요셉 선생님께 감사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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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권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