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주님 말씀
히브리어로 탈은 이슬이고 게솀은 비(雨)다.
■ 풍요의 축복
이사악이 늙어서 눈이 침침해지자, 레베카는 꾀를 내어 에사우가 받을 축복을 야곱이 가로채게 하였다. 이사악은 에사우와 야곱을 착각하였고, 결국 야곱에게 축복하였는데, 그의 축복에 이런 표현이 있다. “하느님께서는 너에게 하늘의 탈(이슬)을 내려 주시리라. / 땅을 기름지게 하시며 곡식과 술을 풍성하게 해 주시리라”(창세 27,28). 탈이 풍요의 상징임이 잘 드러난다. 한편 복을 빼앗긴 큰아들 에사우는 자신도 축복해 달라며 목놓아 울었다. 그러자 이사악은 “네가 살 곳은 / 기름진 땅에서 / 저 위 하늘의 탈(이슬)에서 / 멀리 떨어져 있으리라”(창세 27,39)고 답했다. 현대인의 감성으로는 이사악을 이해하기 힘들다. 이사악을 자칫 비정한 아버지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구절은 ‘하느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는 일’을 가장 귀하게 여겼던 창세기 조상들의 종교적 심성을 잘 드러낸다. 비록 아들이라 할지라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축복하는 일’은 함부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하느님이 보내주시는 탈(이슬)이 얼마나 소중한 풍요의 원천인지도 잘 볼 수 있다.주원준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rn독일에서 구약학과 고대 근동 언어를 공부한 평신도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