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 칼럼] (6) ‘신임 추기경과 교황의 의도’ / 로버트 미켄스

로버트 미켄스(라 크루아 인터내셔널 편집장)
입력일 2017-05-30 수정일 2018-09-19 발행일 2017-06-04 제 3047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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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개혁 의지 반영된 파격 인사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5월 21일 새로 서임할 추기경 명단을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바로 새 추기경들의 면면과 적은 숫자 때문이었다.

교황은 고작 5명만 선택했다. 또 이들 중 ‘추기경좌’ 교구 출신은 스페인 바로셀로나대교구 후안 호세 오멜리아 대주교 한 명 뿐이다. 나머지 네 명은 한 번도 추기경을 배출하지 못한 채, 교회 권력 구조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라오스, 말리, 스웨덴, 엘살바도르 출신이다.

새 추기경들이 서임되면 교황 선출권이 있는 추기경 수는 121명으로 늘어난다. 이는 바오로 6세가 정한 120명의 제한선에서 딱 한 명 넘어서는 숫자다.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 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해 온 개혁 성향의 신자들에게는 약간 실망스러운 결과다. 이들은 추기경 수 증가가 현 교황의 개혁을 이을 후임 교황 선출로 이어져, 더 큰 개혁을 이끌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하지만 새 추기경 수가 적어도 이러한 전망은 낙관적이다. 특별히 이들 중 두 명은 분명 더욱 상징적인 의미를 드러낸다. 예를 들어 그레고리오 로사 차베스 주교는 ‘빨간 모자’를 쓰는 첫 엘살바도르인이 된다. 추기경이 되는 최초의 보좌주교이기도 하다.

차베스 추기경은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의 ‘살아있는 기억’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산살바도르 신학교장으로서 로메로 대주교를 보필했으며, 카리타스 조직을 통해 엘살바도르의 정의와 평화, 화해를 위해 힘써왔다.

하지만 보수적인 교황청과 남미교회는 로메로 대주교에게 했던 것처럼 차베스 주교를 배척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메로 대주교가 봉직했던 대교구의 보좌주교를 추기경으로 서임하면서, 그동안의 잘못을 바로잡았다.

차베스 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한 것은 올해 로메로 대주교 탄생 100주년을 맞았지만 그를 시성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위로의 의미이기도 있다. 현재 본당 신부로 활동하고 있는 차베스 주교에게 향후 로메로 대주교의 시성식에 추기경으로서 참례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차베스 주교는 로메로 대주교의 시성을 위해 노력했던 인물 중 한 명이다.

또 다른 상징적 선택은 스웨덴 스톡홀름교구의 안데르스 아르보렐리우스 주교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올해, 교황이 개혁 이후 처음으로 스웨덴 출신을 추기경으로 서임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아르보렐리우스는 루터교 신자였다가 20세에 개종했다.

관측통들은 아르보렐리우스 주교를 추기경으로 서임한 것은 스웨덴 가톨릭 공동체에 날개를 달아주는 동시에, 루터교와의 화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한 교황은 말리의 장 제르보 대주교와 라오스의 링 망카네코운 주교를 추기경으로 서임하면서 잊혀져 있던 작은 가톨릭 공동체에 빛을 비추었다.

오는 6월 28일 이들이 추기경에 서임된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121명의 교황 선출권 보유 추기경 중 49명을 임명하게 된다. 또 추기경의 선종이 없다면 이 숫자는 2018년 2월까지 이어진다. 내년에는 8명의 추기경이 교황 선출권을 잃게 된다. 이 중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명한 하노이대교구장 응우옌반논 추기경이 포함된다.

프란치스코 추기경은 “현재의 교황 선출권 보유 추기경 수 제한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했지만, 그 수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교황이 종종 하는 표현대로, 문을 열어 추가로 임명할 여지는 남겨뒀다.

※로버트 미켄스는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

로버트 미켄스(라 크루아 인터내셔널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