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한담

[일요한담] 은총 한 스푼 / 한분순

한분순 (클라라) 시인
입력일 2017-05-30 수정일 2017-05-31 발행일 2017-06-04 제 304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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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의 취사’라는 시를 썼다. 우리 모두 먹고산다. 그만큼 먹는다는 것은 귀한 일이다. 문학이 오로지 그럴듯한 재료를 다루어야 된다는 생각이 있다면, 그 순수의 정점에 오른 ‘서정’을 선뜻 ‘취사’라는 수식어와 함께 놓지 못한다. 이런 겉멋을 버리고, 다들 먹어야 사는 삶 앞에서 겸손한 시심을 지니고 싶다.

요즘 가장 많이 서로의 안부를 물어보는 도구가 ‘카카오톡’이다. 그 이름, ‘카카오’, 먹는 열매를 뜻하기에 훨씬 포근한 메신저로 느껴진다. 우리나라는 누구를 만나든 ‘밥은 먹었니?’ 말을 건넨다. 다른 무엇이 아닌 밥을 챙기는 살가움이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이와 같은 명제는 쉬운 듯 어려운 실천이다. 거창한 화두를 건드려야 훌륭하다고 여기는 오만함을 치우고, 생활에서 큰 기쁨을 발견할 줄 아는 혜안을 갖추면 좋겠다.

여러 예술에서 새로운 경향은 ‘스낵 컬처’이다. 스낵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찾는다. 어쩌면 금세기의 예술적 깊이는 그러한 가벼움으로부터 나올 것이다. 스낵이 소소한 군것질이라고 볼 수 있으나, 가끔은 그런 잠깐의 단맛이 고단함을 잊게 만든다. 과연 고고한 무게를 뽐내는 문학이나 여타의 예술에서 스낵이 자아내는 달콤함을 넘어설 감동을 안겨 줄 수 있을지 짚어봐야 한다.

날마다 우리에겐 은총이 내려온다. 베풀어 주시는 은혜를 유효 기간이 영원한 어여쁜 통조림으로 만들어 간직하고 싶다. 축복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면서 은총 한 스푼의 고마움을 새기려는 마음이다. 기도가 그러하듯, 끼니는 늘 아름다워야 한다.

한분순 (클라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