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밀알 하나] 하느님은 자유로운 분이십니다 / 한민택 신부

한민택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입력일 2017-05-23 수정일 2017-05-23 발행일 2017-05-28 제 3046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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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생활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있다면, 그것은 하느님이 자유로운 분이심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예, 우리는 종종 하느님이 자유로운 분이심을 거부합니다. 그래서 그분을 우리 손에 넣고자 애를 씁니다. 그분을 좌지우지하려고 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우상숭배’는 목상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의 인간적인 생각과 바람으로 ‘우리만의 하느님’을 만들고 섬기는 것입니다. 사실은 하느님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만든 환상을 섬기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자유로운 분이십니다. 그것을 인정할 때, 그분이 얼마나 선하시며 지혜로운 분인지 알게 됩니다.

하느님의 사랑법은 우리의 사랑법과 다릅니다. 우리는 상대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아닌, 내가 해주고 싶은 것을 주려고 합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욕망을 대신 채울 사람을 키우게 됩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이 후회합니까? 자식이 달라는 대로 주고 원하는 대로 해주었는데, 결국 그것이 아이를 잘못 키운 줄을 몰랐던 것 아닙니까? 자녀에게 집착하는 이유는 지혜롭게 사랑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잘못 사랑했기 때문 아닙니까?

“하느님은 왜 내가 바라는 것을 주시지 않나요?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인데 왜 주지 않으시는 거죠?”하고 하느님을 원망할 때도 있습니다. 사실 하느님은 무엇이 나에게 필요한 지 잘 알고 계십니다. 하지만 그분은 때를 기다립니다. 때가 무르익지 않으면 주시지 않습니다. 그것이 우리와 다른 점입니다. 그것이 그분의 지혜이며, 그분께서 인내하는 이유입니다.

“주님 어찌하여 저에게 이런 시련을 계속해서 주시는가요?”하고 묻기도 하지만, 그 길고 어두운 시련의 시간이 은총의 시간이었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닫게 됩니다.

나를 깎고 다듬고 내 속의 깊이를 더해준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시련 속에서 성장하고 변화한 자신을 발견한 사람은 하느님의 지혜와 사랑에 감탄하게 됩니다.

하느님은 살아계시며 자유로운 분이시라는 말은, 그분이 찾아야 만날 수 있는 분이심을 뜻합니다. 그분은 함께 씨름을 해야, 궁리하고 찾아야 알게 되는 그러한 분입니다.

신앙이 ‘하느님과의 숨바꼭질’인 이유입니다. 찾고 궁리하고 모색하며, 시련을 겪으며 변화되는 과정이 없다면 신앙은 환상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러한 과정 없이 하느님을 바로 만날 수 있다면, 그것은 살아계신 하느님이 아닌 나 자신이 만든 환영에 불과할 것입니다.

신앙은 우상숭배를 거부합니다. 하느님은 손에 넣을 수 없는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을 자유롭게 놓아드린다는 말은, 열린 미래를 마주할 준비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예, 우리의 미래는 열려 있습니다. 하느님이 자유로운 분이심을, 나의 삶이 그분의 손에 달려 있음을 인정하게 되면, 매일 새롭게 다가오는 순간을 믿음의 기쁨으로 맞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자유로우시고 살아계신 분이심이 당신에게 축복입니까, 저주입니까?

한민택 신부 (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