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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철호 신부의 복음생각]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라”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
입력일 2017-05-23 수정일 2017-05-23 발행일 2017-05-28 제 3046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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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승천 대축일(마태 28,16-20)

사도행전 1,9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오르셨는데, “구름에 감싸여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지셨다”고 전합니다. 이 구절을 원문대로 번역하자면 ‘구름이 그들의 시야에서 예수님을 맞아들였습니다’입니다. 구름을 타고 하늘로 계속 올라가시어 우주의 어느 별에 가신 것이 아니라, 구름에 감싸여 더 이상 눈으로 볼 수 없는 존재가 되셨다는 말입니다.

이 이미지는 성경에서 종종 발견됩니다. 탈출 24,15에서는 모세가 산으로 오르자 구름이 산을 덮어 모세를 볼 수 없게 만듭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산 위에서 거룩하게 변모하실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마태 17,5; 마르 9,7; 루카 9,35) 거기서도 구름이 모두를 덮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구름이 누군가를 덮을 때 항상 주님의 뜻이 전해진다는 것입니다. 모세가 오른 산이 구름에 감싸인 뒤에는 하느님의 뜻인 계명이 주어집니다. 예수님께서 변모하신 타보르 산 위에서는 구름이 모두를 덮은 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라는 하느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예수님께서 전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들으라는 말입니다.

이는 예수님 승천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실 때 구름이 그분을 덮자 주님의 천사들이 나타나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계획을 전해 줍니다.(사도 1,10)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 그러면서 천사들은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라고 묻습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실 것인데, 왜 하늘만 쳐다보고 있냐는 말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하늘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지 말고, 예수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세상 끝까지 당신의 증인이 되라는 권고입니다.(사도 1,8)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라고 말씀하십니다. 마태오 복음서가 비록 주님 승천 이야기를 언급하지는 않지만, 복음서의 마무리 구절인 이 대목을 보면 하늘만 쳐다보고 가만히 서 있지 말고, 얼른 가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사명, 곧 예수님의 증인이 되라는 사도행전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구름과 함께 하느님의 뜻이 전해지는 것에서 우리는 구름이 하느님께서 머무는 장소로 여겨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실제, 구약성경에서 구름은 하느님 현존의 장소이자(탈출 19,9), 주님 영광이 드러나는 장소(탈출 16,10)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구름 기둥 속에 계시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인도하시고 그들을 구원하십니다.(탈출 13,21; 14,24) 결국, 구름이 예수님을 감싸 안았다는 말은 예수님께서 하느님 현존의 장소로 들어가셨음을,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자리에 오르셨음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예수님 승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것은 당신의 일을 우리에게 맡기고 아버지께로 돌아가심으로써, 우리가 당신의 일, 곧 이 땅에 하느님의 뜻이 충실히 이루어지게 하는 일을 행하도록 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물리적으로 우리 곁을 떠나심으로써 교회가 당신의 일을 이어받도록 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압니다. 오늘 복음이 이야기하듯이 주님께서는 지금도 우리와 함께 계시며, 구름 기둥 위에서 우리를 보호하고 계시다는 사실 말입니다.

주님 승천 대축일을 지내면서 다시 한번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바들을 기억하고, 그 가르침에 따라 살아가며 주님의 증인이 되겠다고 다짐합시다. 그렇게 우리가 세상 끝 날까지 예수님의 일을 계속하며 그분의 증인으로 살아간다면, 주님께서는 반드시 구름을 여시고 당신 모습을 우리에게 다시금 드러내 보여주실 것입니다.

염철호 신부 (부산가톨릭대학교 성서신학 교수)rn부산교구 소속으로 2002년 사제품을 받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