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복막 ‘가성점액종’ 앓는 강수연씨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17-05-16 수정일 2017-05-16 발행일 2017-05-21 제 3045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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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살아서 아이들 곁에 남고 싶은데…
배 안에 계속 점액 고이는 희귀 암
밥 반 공기도 못 넘겨 뼈만 앙상해
연이은 수술비에 갈수록 빚만 늘어

강수연씨의 팔다리는 비쩍 말라가고 배는 농으로 인해 수시로 부풀어오른다. 강씨의 어머니는 밥 반 공기도 제대로 넘기지 못하는 딸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고등학교 3학년과 1학년, 가장 손이 많이 가고 가장 뒷바라지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밥 한 끼 제대로 못해 주니 엄마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울 지경입니다. 병이 나을 희망도 없이, 그저 현상유지만 해도 감사한 처지입니다.”

제대로 몸도 못 가눌 지경이라 4층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은 아예 엄두도 못 낸다. 방안이 하도 답답해 거실 비좁은 소파에 천을 깔고 온종일을 지낸다. 젤리 같이 끈적끈적한 농이 차오른 배는 부풀어 올라, 비쩍 마른 손발과 딴 몸 같이 보인다.

강수연(요세피나·43·의정부교구 오남본당)씨가 희귀병 진단을 받은 것은 2012년 8월. 난소암 진단을 받고 간신히 암을 제거했지만, 다시 배에서 암이 발견됐다. 처음보다도 더 독한 암, 복막 ‘가성점액종’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희귀병이다. 별다른 수술법도, 약도 없다. 그러다보니 병원에서도 단지 점액이 수시로 고여 견디지 못할 정도가 되면 몸에 구멍을 내 점액을 뽑아내는 것으로 치료를 대신할 뿐이다. 통증이 극심하지만 진통제를 쓰는 것도 한계가 있어, 그저 참고 참을 뿐이다.

몸이 아픈 통증보다 마음의 통증이 더하다.

“고등학생 아들 둘에게 아무것도 못해 주는 게 가장 마음이 아프지요. 혼자 애쓰는 남편도 안쓰럽고요. 통증으로 신경이 곤두서 나오는 짜증을 모두 받아주며 수발해주는 엄마한테도 정말 미안합니다.”

그럭저럭 굶지는 않던 살림이었지만, 거의 일 년 내내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 탓에 올 들어서는 싸구려 월세 집으로 이사를 했다. 그나마 시골이라 방세가 싼 덕분에 네 식구가 비바람은 피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이제부터다.

남편이 배달 일을 해서 버는 월급은 너무 적은데, 완치는 바라지도 못할 병으로 수시로 입원과 수술을 반복해야 하니 빚만 늘어간다. 한 번 입원할 때마다 수백만 원씩 들어가는 병원비가 부담스러워, 입원을 미루고 또 미루면서 아픈 배를 움켜쥐고 뒹굴기도 했다.

1년 반쯤 전, 병원에서 집중교리에 참가해 세례를 받았다. 신앙이 강씨의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주는 유일한 위안처다.

가톨릭대 성바오로 병원 영성부원장 원영훈 신부는 “강씨는 세례를 받은 후 조금 상태가 좋을 때에는 힘겹게 주일미사를 꼬박꼬박 참례했고, 병원 침상에서도 자주 기도해왔다”고 전했다.

사실 강씨의 병은 언제 어떻게 악화될지 모르는 상태다. 극심한 호흡 곤란으로, 의사가 “임종을 준비하라”고 가족들에게 일러 준 적도 있다. 하지만 병자성사를 받고 온 가족이 각오하던 상황은 다행히 오지 않았다. 의료진은 “‘엄마’가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종일 옆을 지키는 친정어머니는 딸이 밥 반 공기도 채 못 넘기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미어진다. 얼마 먹지도 못하는 음식인데, 그것조차 살로 가지 못하고 대부분 점액이 되어 배만 차오르게 만든다. 영양 섭취가 안 되니 면역력도 바닥이고, 이제는 마취를 못 견뎌 수술조차 힘들지도 모르는 상황에 이르렀다.

간신히 집에서 몇 달을 버텼지만, 최근 병세가 더욱 악화돼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야 한다. 뼈만 남은 팔로 부풀어 오른 배를 안타깝게 만지며 강씨는 말했다.

“어떻게든 해봐야지요. 평생을 이렇게 통증으로 힘들더라도 아이들 곁을 지키고 싶어요. 그런데…. 점점 자신이 없어집니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1005-403-215023

예금주 사회복지법인 대건카리타스(의정부교구 사회복지회)

모금기간: 5월 17일(수)~6월 6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31-850-1483 의정부 대건카리타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